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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석 신부의 씨앗은 어떻게 자랐을까

[영화의 향기 with CaFF] (78)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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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즈를 기억하시나요? 이태석 신부님!”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하다. 돌아가신지 10년. 트럼펫을 겨우 들던 아홉 살 소년은 청년이 되었고, ‘사랑해’를 부르던 눈 맑던 소녀는 엄마가 되어 있다.

영화 ‘울지마 톤즈’의 감독은 신부님의 10주기를 맞아 톤즈를 다시 찾았다. 신부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 시절 그 아이들의 모습을 담아간다. 신부님의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환히 웃는 신부님 뒤에서 엄지를v 치켜세웠던 키다리 소년은 UN 사무소에 근무한다. 세 명의 자녀를 둔 멋진 아빠는 이태석 신부님을 생각하며 헉헉 운다. 신부님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그립고 벅찬 모양이다. 신부님의 영향은 놀라웠다. 당시 학교에 다녔던 180명의 아이 중 40명이 현재 의대를 다니고 있다. 벌써 의사가 된 이도 있고 약사가 된 이도 있다. 이들은 모두 또 한 사람의 이태석 신부이기를 꿈꾼다.

신부님이 돌보시던 한센인 마을에 갔을 때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분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아픈 부위를 정성껏 치료하고, 발가락이 잘려나가 뭉툭한 발을 종이 위에 대고 그려서 신발을 만들어 주셨던 다정한 신부님을. 사진에 입을 맞추고 눈물을 흘린다. 사랑받은 소중한 기억. 그들의 아버지가 되고, 형제가 되고, 벗이 되어주었던 분을 떠올린다. 아직 예비 의사지만 흰 가운을 입고 당신들을 보살피는 제자들을 보면서 이들은 신부님이 다시 살아오셨다고 기뻐한다. 제자들도 신부님이 하시던 일을 하면서 기뻐한다. 부활이다.

10년 전 신부님의 삶에 큰 감명을 받고 남수단으로 간 선교사요, 축구코치인 임흥세 감독. 11명의 국가대표 선수를 키우신 분이다. 임 감독은 아이들에게 신부님의 영상을 늘 보여주었고 아이들은 너무 잘 안다는 듯 신부님의 이름을 부르며 웃었다. 이 아이들이 국제경기에서 첫 승리를 했다. 가난과 전쟁으로 지친 남수단 국민은 모처럼 얼싸안고 열광했다. 부활이다.

카메라 앵글이 닿는 곳마다 신부님의 현존, 자취가 보인다. 아이들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까맣고 커다란 어른들 속에 신부님이 웃고 있다. 남수단 정부는 이태석 신부님의 생애를 교과서에 실었다. 이제 또 다른 아이들이 신부님의 삶을 통해 사랑과 희생, 헌신이라는 아름다움의 감각을 몸으로 익히고 있다. 부활이다. 부활의 의미가 이 영화를 통해 생생하게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신부님, 당신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떤 것은 좋은 땅에 떨어져, 자라나서 백 배의 열매를 맺었다.”(루카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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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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