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교단이 현재 교회 내 가장 큰 문제로 신앙생활의 혼돈을 지적, 신자 개개인이 교회 가르침을 명확히 알고 신앙생활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돕는 사목적 지원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또한 주교단은 ‘신앙의 해’를 진정한 신앙 쇄신의 해로 보낼 수 있도록 모범을 보이는 데에도 더욱 힘을 실어나갈 계획이다.

전국 각 교구 주교들과 아빠스 23명은 4~7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2013년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를 열고 한국교회 안팎의 현안과 과제들을 논의했다.

특히 주교단은 최근 신자들이 신흥종교들이 제시하는 그릇된 종말론에 호도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하고, 신자들부터 사말교리에 대해 명확히 알 수 있도록 별도의 책을 펴낸다고 전했다. ‘사말교리’는 죽음과 그 이후에 일어날 일에 대한 가르침으로, 인간이면 반드시 마주하게 될 죽음을 상기시키면서 영원한 삶을 준비하도록 인도한다.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위원장 조규만 주교)는 신자 개개인이 올바른 내세관을 갖출 수 있도록 돕기 위해 2년여에 걸쳐 죽음과 심판, 연옥, 지옥, 천국 등에 대한 해설을 담은 교리서를 준비해왔다.

또한 주교단은 ‘신앙의 해’를 적극 구현하는 노력의 하나로 오는 9월 서울 시내 각 성지를 도보로 순례하기로 합의했다.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그동안 주교 영성모임과 연수 등을 통해 신자들의 냉담문제 등 교회 현안들에 대해 인식을 공유해왔다”며 “주교들도 ‘신앙의 해’를 보내며 교회 가르침을 발표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의 해’ 구현의 상징으로 도보성지순례도 마련키로 했다”고 전했다. 특히 강 주교는 “현 시대 세속주의와 도덕적 상대주의의 폐해에 대한 개선책을 모색하는 방안으로, 보편교회가 다음 세계주교시노드에서 ‘세속화와 교회쇄신’을 우선적으로 다뤄주길 청원할 것”이라며 “한편 오는 6월에 여는 주교단 연수에서도 시대적 상황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중·장기적인 대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주교단은 올해 휴전 60주년을 맞아 경직된 대북 관계를 개선하고, 북한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사목적 지원도 적극 펼치기로 했다. 주교단은 이번 총회에서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이기헌 주교)가 마련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달’ 행사 계획을 승인, 각 교구 신자들이 북한 주민들을 위한 기도 운동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이번 주교회의 총회에서는 조선왕조 치하의 순교자 133명의 시복 안건 제목을 ‘이벽 세례자 요한과 동료 132위’로, 근·현대 신앙의 증인 시복 안건 제목은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로 각각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