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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아픔 그대로 담긴 연평도… 평화의 섬으로 거듭나길

인천교구 연평도 삼위일체본당 분단 이후 실향민들의 터전



사연 많은 연평도에 천주교 복음의 씨가 뿌려진 건 백 년 전이다. 전응택(바오로)씨 일가가 1918년쯤 섬에 들어와 공소를 설립하면서 작은 땅 연평도에 천주교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당시 연평도에는 어촌 특유의 미신과 샤머니즘이 성행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복음 말씀을 전파하는 건 고된 여정이었다.

그러나 전응택씨 일가는 교육ㆍ문화 사업을 펼치며 주민 의식을 계발했다. 연평도에 화재나 수재 등 재난이 발생하면 천주교 신자들이 나서서 힘을 합쳤다. 고기가 한창 잡힐 때에 바다 위에서 열리는 생선 시장인 파시(波市)에서 도박이나 아편이 성행할 때면 천주교 신자들은 이를 추방하기 위한 캠페인도 벌였다.

연평도를 평화롭게 만들기 위한 신자들의 노력에 천주교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도 변했다. 연평도 삼위일체본당 주임 민경덕 신부는 "백 년 전 연평도에 복음화가 시작된 모습은 한국 천주교회 태생과 닮아 있다"며 "평신도 스스로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전파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분단 이후, 연평도에 거주하던 천주교 신자들은 평화를 위해 힘써왔다. 한국전쟁 직후 연평도에는 황해도 해주, 평안도 등지에서 피난민 4만여 명이 몰려들었다. 이 시기에도 천주교 신자들은 피난민비상대책위원회의 주축이 돼 피난민을 도왔다. 정부에 직접 호소해 식량 배급ㆍ연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연평도에 실향민들이 정착하기 시작한 시기다. 현재 실향민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연평도 주민 2200여 명 중 절반은 실향민이거나 직계 후손으로 추정된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에는 처음으로 연평도에 수녀들이 파견됐다. 수녀들은 '평화의 일치를 위한 기도'를 바치며 주민들의 마음을 달랬다.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는 8일 열린 '연평도 삼위일체본당 복음선포 100주년 감사 미사'에서 '하느님이 연평도에 왜 복음을 선포하고 키우셨을까'에 대한 고민을 내비치며 "연평도 신앙 공동체가 기도하는 모습을 통해 서로가 주님 안에 하나의 형제라는 걸 받아들이고 '평화의 도구'로 살아가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안타깝게도 많은 이가 북한땅과 가까운 연평도를 위험한 땅이라고 인식한다"며 "우리나라 분단의 아픔과 긴장이 그대로 담긴 연평도가 영원히 평화로운 섬이 되길 간절히 청한다"고 말했다.

그 누구보다 연평도 주민들은 '한반도의 평화'를 간절히 꿈꾼다. 본당 신자 오수우(스테파노, 70)씨는 "연평도가 '세계 평화의 섬'이 되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은지 기자 eunz@cpbc.co.kr



[기사원문 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8.09.11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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