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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칼럼] (137)‘공동의 집’ 보호를 위한 교황과 그리스도인의 소명/ 로버트 미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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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대부분의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현재 ‘창조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를 포함해 대다수의 그리스도인들은 이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적어도 가톨릭교회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몽골 사목방문을 앞둔 8월 30일 일반알현을 주례하며 “모레인 9월 1일, 우리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인 10월 4일까지 이어지는 창조시기를 시작하는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을 기념한다”면서 “창조주의 선물인 피조물을 보호하고자 하는 그리스도교 형제자매들의 노력에 함께하자”고 당부했다.

이어 교황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환경과 기후정의 피해자의 편에 설 필요가 있으며, 공동의 집을 향해 벌이는 무분별한 전쟁, 끔찍한 세계대전을 끝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우리 공동의 집이 생명으로 가득하게 되도록 일하고 기도하길 당부합니다.”

교황은 또 올해 창조시기를 마치면서 ‘두 번째 「찬미받으소서」’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확인했다. 「찬미받으소서」는 2015년 지구와 우리의 자연 환경인 공동의 집 보호를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회칙이다. 새 회칙에는 우리가 지구를 향해 벌이는 ‘무분별한 전쟁’에 대한 그의 우려가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신자가 아니더라도 환경운동가들과 현재 환경에 대해 우려하는 많은 사람들은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들을 지적한 「찬미받으소서」를 열정적으로 환영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많은 가톨릭교회의 주교들과 사제들은 여전히 이 회칙에 대해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올해 담화 주제인 ‘정의와 평화를 흐르게 하여라’에 대한 반성을 담은 글을 홈페이지에 눈에 띄게 게시한 미국 주교회의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환경문제에 관해 목소리를 높이는 유력 인사 중 하나다. 교황은 2015년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창조주 하느님과 피조물 보호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소명을 아름답게 그리고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 교황은 그리스도인에게 피조물의 책임감 있는 보호자로서, 하느님과 함께 피조물의 공동 창조자로서 역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이는 ‘공동의 집’인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인간의 의무인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피조물 보호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책임을 처음으로 언급한 교황은 아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베네딕토 16세 교황도 각자 우려를 표명했다. 사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인 「사목헌장」도 이를 언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처음으로 환경에 관한 회칙을 발표한 교황이다. 또 그리스도교 지도자 중 처음으로 환경 문제에 초점을 맞춘 이는 정교회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디미트리오스 1세다. 디미트리오스 1세 총대주교는 1989년에 처음으로 9월 1일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을 제정했다. 그러고 나서 세계교회협의회가 2007년 ‘창조시기’를 정해 9월 1일부터 10월 4일까지 이를 기념하게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발표한 후 곧바로 가톨릭교회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에 동참하게 했다. 이어 9월 1일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한 것은 “우리가 정교회 형제들과 점점 일치되어 감을 목격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교황은 회칙 발표 4년 후에야 세계교회협의회가 주관하는 창조시기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교황은 2019년 담화에서 “다른 그리스도교 신앙을 고백하는 형제자매들과 더욱 일치하고 있음을 느낄 기회”라면서 “모든 이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이 생태위기의 상황에서, 우리가 속해 있는 생명의 그물을 지켜 나가도록 함께 부름받은 선의의 다른 모든 이와 깊이 일치하고 있음을 느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톨릭교회는 불과 4년 전부터 창조시기를 기념하기 시작했다. 교회의 오랜 역사 중, 이는 아주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초(秒)가 분(分)이 되고, 분은 시(時)가 되며, 결국 수십 년과 수세기가 된다. 그리스도인을 비롯한 인류가 ‘피조물의 보호자’라는 소명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교황의 노력이 지금은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일지라도, 또 많은 가톨릭신자들이 교황의 노력을 거부하거나 반대한다 해도 낙담하지 말자.

훗날 역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교회가 기후변화와 환경파괴에 맞서 최전선에서 싸우도록 하고 하느님의 피조물과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교회가 지도력을 발휘하도록 했다”고 쓸 것임을 확신한다.

로버트 미켄스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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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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