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이 교회에서 영적 위안을 얻지 못하고 좌절하는 이유는 교회가 삶의 피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영적 대안을 적절하게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15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현대 세계의 문화 상황과 신앙교육`을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송용민(인천교구 강화본당 주임) 신부는 "피로사회 속에서 신앙 위기와 영성 부재가 발생하는 근원적 문제는 멈추고 사색하지 않는 종교성 부재"라고 주장했다.

　송 신부는 "현대사회는 다양한 문화적 패턴을 통해 사람들의 내적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심리적 해방감을 준다"면서 "반면 교회는 여전히 신자들에게 기쁨과 평화를 강요하고, 피로에 지쳐 교회를 찾는 이들을 질책과 독촉으로 밀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신부는 또 "교회는 개별 신자들의 영적 유익을 위한 기능적 조직이 아니라 서로 친교를 나누며 영적 교류를 통해 일치를 경험하는 공동체"라며 "교회가 우리 시대 빛과 소금으로 참된 일치와 구원의 은총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서는 활동과 사색의 균형이 회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신부는 이어 "외적 성장보다 중요한 것은 교회 스스로 현실 세계 안에서 그리스도를 향한 지치지 않는 사랑과 열정을 쏟아낼 수 있는 내적 역량을 회복하는 일"이라며 "우리 감각이 하느님을 향하지 않고 세상이 주는 탐욕과 거짓으로 물들 때 교회는 올바른 공동체로 성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희완(대구가톨릭대 교수) 신부는 "현대 세속문화는 그저 그리스도교와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그리스도교도 현대문화 안에 존재하고 있으므로 교회가 현대문화를 세속주의라는 이름을 붙여 비판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 신부는 "교회는 새로운 복음화 여정의 가장 큰 걸림돌과 위험요소가 세속주의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면서 "사실 대상으로서 세속주의(문화)보다 교회 안 세속주의가 더 문제인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앙이 세속주의 문화 안에서 어떻게 고백되고 재현되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실천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과 성찰이 없다면 세속주의에 대한 교회 비판은 위선일 위험이 있다"며 "하느님에 대한 왜곡, 즉 자본주의와 욕망에 의해 변질된 종교와 신앙이 문제"라고 말했다.

　정 신부는 "현대문화가 모든 측면에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며 "현대문화는 물질의 중요성과 거룩함, 현세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강한 세속화는 필요하며, 세속주의에 대한 비판보다 세속주의 문화 안에 서 있는 교회 쇄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