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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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 무방비 반지하 신축 금지하고,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 확대해야

반지하에 순식간 들이닥친 빗물로 일가족 3명 꼼짝없이 목숨 잃어… 반지하 거주뿐 아니라 판자촌 등 비적정 주거까지 정책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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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폭우로 숨진 A씨와 그 가족이 숨진 서울 관악구 반지하 주택.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창문을 깬 흔적이 남아 있다.

 

 
▲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에 마련된 숨진 A씨와 그 가족들 빈소.

 

 


지난 8일 수도권을 강타한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는 ‘가장 낮은 곳’에 사는 일가족 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사는 40대 여성 A씨와 그의 10대 딸 그리고 다운증후군을 앓는 A씨의 언니다. 이들이 사는 반지하에 빗물이 들이닥쳐 물바다가 되기까지는 불과 10여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물 무게로 인해 문이 안 열린다는 연락을 받은 이웃들이 달려와 다급히 방범창을 뜯어내 가족을 구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10일 오후 세 식구가 살던 다세대주택은 물은 빼냈지만 참혹했던 당시 흔적은 남은 상태였다. 집안에 널브러진 물건은 물론 주차장에 있던 차량까지 여전히 진흙 찌꺼기에 뒤덮여 있었다. 쓸쓸한 사고현장과 달리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에 마련된 세 식구의 빈소는 조문객으로 붐볐다. 10일 빈소를 찾은 A씨의 가족과 지인ㆍ직장동료는 물론 일반 시민들도 눈시울을 붉히며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느냐. 다시는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와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에 대한 건축 규제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0일 “재난 대비 인프라 구축ㆍ주거환경정비ㆍ취약구조 주택 개선 등을 통해 반지하와 쪽방 등 안전취약가구 거주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검토하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8일 밤 피해 현장을 점검하고 관계 부서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서울시는 건축법에 ‘상습 침수지역 또는 침수 우려 지역에서 반지하주택 건축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의무 규정을 신설해 상습 침수지역에는 아예 반지하주택 신축 허가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따라 반지하 주택 건축 규제법안 개정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현 건축법 11조에는 ‘상습적으로 침수되거나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에 건축하려는 건축물의 지하층 등 일부 공간을 주거용으로 사용하거나 거실을 설치하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면 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허가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있다. 하지만 전면 금지 규정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참사가 왜 생겼는지부터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반지하가 생긴 배경에 대해 “우리나라 지형 특성상 비탈진 곳이 많아 지상에 걸쳐져 있는 형태가 자연스레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생긴 반지하에는 산업화로 도심에 몰린 인구 가운데 온전한 주거환경을 마련할 돈이 없는 빈곤층이 들어섰다. 그는 “반지하는 건물 전체의 통풍에는 도움을 주고 창고 등으로 사용해 건물을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주거용으로는 적절하지 않지만, 이번 참사로 반지하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은 참사로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쇼맨십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반지하 거주민뿐만 아니라 쪽방촌, 고시촌, 판자촌 거주민도 모두 재해에 무방비한 주거 취약계층”이라며 “정책이 반지하에만 매몰된다면 결국 사고는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지하 주택은 대부분 수도권, 특히 서울 지역에 집중돼 있다. 2020년 3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정책자료 ‘반지하 주거현황과 시사점’를 보면, 전국의 반지하에 거주하는 37만 9605가구 가운데 96(36만 4483가구)가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이는 수도권 전체 가구(968만 6012가구)의 3.8에 해당한다. 서울의 경우는 전체 383만 9766가구의 5.8(22만 2706가구)가 반지하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반지하를 택한 이유로 ‘저렴한 보증금과 임대료’를 들었다. 그러면서 “이는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 선택에 중요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노력해온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장 나충열 신부도 신설 건축물에 한해 건축법의 임의조항을 강제조항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신부는 “다만 저렴한 보증금과 임대료 때문에 모든 반지하에 사람이 거주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장기적으로 부담 가능한 임대료 수준에서 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려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지하뿐 아니라 다른 비적정 주거까지 확대해서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 신부는 “이렇게 임대주택의 원활한 공급을 통해 주거의 질을 향상하고, 이와 더불어서 점진적으로 반지하의 거주 금지를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빈민사목위원회는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주거권 운동을 전개,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청년 빈곤층(기초생활보장 수급자ㆍ상위 가정의 자녀ㆍ한 부모와 조손 가족 보호대상ㆍ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사회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이상도ㆍ이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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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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