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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뇌출혈 수술 후 의식 없는 필리핀 이주노동자 레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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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삭발한 채 병실에 누워 있는 필리핀 이주노동자 레티(레티시아·58)씨는 너무나도 처연한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레티씨는 6월 말 대뇌동정맥기형과 뇌출혈로 뇌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더 늦어졌다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수술을 받긴 했지만 아직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필리핀에 두고 온 아들, 딸들의 나이도 정확히 기억을 못하는 상태다.

레티씨는 꼭 10년 전인 2006년 7월 취업비자를 받아 홀로 한국에 왔다. 필리핀에서 건물 청소부로 일하는 남편 수입으로는 끼니를 잇기 어려웠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낼 수도 없어서였다. 레티씨는 반지하 월세방에 살면서 부품 조립공장에서 일해 월 평균 80만 원을 벌었다. 그 중 80를 필리핀으로 보냈다. 남은 돈으로 근근이 생활하면서도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고, 성당에 다니며 기도의 힘으로 외로움을 이겨냈다. 낯선 타지에서 유일한 낙은 필리핀에 있는 가족들과 가끔 통화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노력으로 가족들이 이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참으로 뿌듯했다. 2010년 비자가 만료돼 미등록 외국인 신분이 된 후에도 레티씨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했다. 자신이 필리핀으로 돌아가면 가족의 생계유지가 막막해지기 때문이었다.

레티씨는 올해 초 심한 두통으로 고통 받기 시작했지만 병원 치료는 엄두를 못 냈다. 얼마 안 되는 수입 중 가족에게 보내고 월세를 내고 나면 병원비를 낼 돈이 없었다. 막무가내로 참으며 공장에 계속 나갔다. 공장에서 일당제로 받는 하루 5만 원 남짓의 수입이 끊기면 필리핀에 있는 가족들이 당장 밥을 굶을까 걱정이 됐다. 급기야 올 6월에는 극심한 두통과 어지럼증에 급격한 정신이상 증세까지 보였다. 레티씨와 함께 일하던 필리핀 동료들이 보다 못해 그를 부천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데려오고 나서야 뇌출혈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레티씨는 필리핀에 있는 가족에게 자신의 병을 숨기려 했지만 병원 측에서는 지인을 통해 필리핀에 연락을 취했다. 우선 환자의 위중한 상태를 가족들에게 알려야 했다. 돌아온 답변은 생활고로 한국까지 갈 교통비를 마련할 길이 없고, 입국 비자를 받을 방법도 없다는 것이었다. 레티씨와 함께 일했던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은 병원비 마련을 위해 복지시설과 종교단체를 찾아다니며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미등록 외국인으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레티씨의 병원비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제는 동료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의 발길마저 끊어졌다. 초점을 잃은 눈으로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레티씨는 가난하던 시절 자식을 키우고 가르치느라 온갖 고생을 기쁘게 참아냈던 한국의 어머니를 연상시켰다.

지금까지 발생한 의료비는 6000만 원이 넘는다. 앞으로 수술을 또 받아야 한다. 병원에서는 최대한 감면혜택과 외부 후원을 찾고 있지만 레티씨가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액수다.

“그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이사 42,3) 레티씨의 기도일지 모른다.




※성금계좌※

우리은행 1005-302-975334

농 협 301-0192-4295-51

국민은행 612901-04-233394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모금기간: 7월 20일(수)~8월 9일(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주)가톨릭신문사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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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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