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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화재로 전신화상 입고 집까지 전소된 이승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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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가까이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맸다. 간신히 위기는 넘겼고, 오그라들었던 팔과 다리도 조금씩 아물어 간다. 비싼 입원비 부담을 덜기 위해 통원 치료를 해야 하지만 머물 곳이 없다.

소아마비 2급 장애인으로 혼자서 힘든 삶을 꾸려가던 이승원(요셉·54·전주 서학동본당)씨는 지난해 11월 16일 큰 화재를 당했다. 워낙 낡고 오랜 집이라 가스 누출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가스가 샌 줄도 모르고 찬 물을 데우려고 불을 켜는 순간 방안을 온통 시퍼런 불꽃이 가득 채웠다.

“한순간, ‘아 이제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저도 모르게 엉금엉금 바깥으로 기어나왔는가 봅니다. 그 다음에는 기억이 없어요.”

마을 사람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꼬박 26일 동안 중환자실에 머물렀다. 턱밑에서 얼굴 위로 온통 화마가 할퀴었고, 손과 발은 시커멓게 타버려 진물이 흘렀다. 화기를 닦아내고 소독을 하기 위해 하루에도 여러 번씩 피부를 닦아낼 때에는 고통으로 몸서리를 쳐야 했다. 곁에는 가족 하나 없었다.

모진 목숨이라 그래도 생명은 건졌다. 청주에 있는 화상전문병원에서 치료를 하는 동안 다행히 경과가 좋았다. 주위에서는 “살아난 게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기적처럼 여겨졌다. 3살 때부터 앓은 소아마비로 목발이 없이는 걸을 수도 없었는데, 어떻게 그 불 속을 벗어났는지 천행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원체 없던 살림에, 부모님들은 돌아가신 지 오래고 형제들도 뿔뿔이 흩어져 도움의 손길을 기대할 수도 없는 처지다. 한때 결혼 생활도 했지만 종교에 빠져 밖으로 돌던 아내와도 오래 전에 이혼했다.

장애와 빈곤으로 고통받고, 돌봐 줄 사람도 하나 없으니, 누군가를 원망할 법도 하지만, 이씨는 한 마디도 남탓을 하지 않는다. 7년 전 세례를 받은 뒤, 단 한 번도 주일미사를 빠진 적이 없다. 목발에 의지해 부지런히 성당을 오가며 레지오 마리애 부단장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남성 모임인 성우회에서 총무도 맡으면서 밝고 긍정적으로 살았다.

본당의 형님, 동생들은 그런 이씨를 형제처럼 아낀다. 갑작스런 우환에 본당에서도 십시일반으로 사랑을 나누지만 그만그만한 형편에 큰 도움이 못 돼 안타까운 마음들이다.

목숨은 건졌지만, 걱정은 태산이다. 병원비도, “제가 어떻게 해봐야지요. 제 일인데”라고 말하지만 방법은 없다. 머물 곳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이씨가 살던 집은 산비탈, 남의 땅에 무허가로 지어 50년을 살았던 곳이다. 그나마 찬바람은 피하던 곳인데 화재로 남은 건 기둥뿐이다.

다행히 무너진 집 옆쪽으로 폐허 같은 움막이 하나 있다. 약간의 세간들도 들어 있으니 주섬주섬 모으면 몸 누일 공간은 될 듯하다. 하지만 사실 기둥과 천장만 있으니 집을 새로 짓듯이 모두 수리해야 한다.

아직 그을음이 가시지 않은 얼굴에 웃음을 띠며, 이씨는 또 말한다. “제가 어떻게 해봐야지요. 제 일인데….”

몸이라도 성하다면 돌과 흙을 이고지고 날라서라도 어찌 해보겠지만 장애가 안타까울 뿐이다. 어디에서 희망을, 또 살아갈 힘을 얻을지, 이씨의 웃음 사이사이에서 한숨이 새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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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기간: 1월 9일(수)~1월 29일(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63-230-1074 전주가톨릭사회복지회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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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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