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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도 편견도 사랑 나눔 열정 못 막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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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나누려는 마음만 있다면, 그 어떤 아픔과 굴레도 활동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지 못한다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조금 모자란’ 지적장애 3급, ‘불쌍한’ 자립준비청년. 김채은(마리아·20·서울 녹번동본당)씨는 이렇게 자신을 한계 짓는 편견을 딛고 지난해 12월 22일 예수회 기쁨나눔재단에서 운영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의 사랑방 ‘까페알로’에서 스스로 사랑 나눔 바자를 열었다.

바자를 마치고 채은씨가 기쁨나눔재단에 전달한 성금은 10만 원. 올해 1월 15일 기부증서를 받은 채은씨는 “푼돈 같아 조금은 부끄럽지만, 내가 나누려는 사랑이 그 돈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전해졌다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채은씨가 바자를 연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자신이 가진 것을 남과 나누고 싶다는 열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자 품목도 어려서부터 타고난 손재주를 살려 직접 만든 물건들로 준비했다. 오밀조밀한 나노블록 피규어, 한 땀 한 땀 정밀한 보석 십자수,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1000피스 퍼즐 작품 등이다.


솜씨 자랑이 목적이 아니기에 전시회보다는 바자를 선택했다.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기쁨을 주는 보람을 위해서였다. 채은씨는 “우연히 자신의 미니어처를 보고 마음에 들어한 한 신부님에게 미니어처를 팔았을 때, 그분 만면에 가득했던 화색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기부를 향한 열망과 별개로, 사람들은 채은씨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바리스타 1·2급 자격증, 4가지 정보기술자격(ITQ)을 독학으로 취득할 정도로 하느님께 탈렌트를 받았음에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채은씨를 무시하는 자칭 ‘정상적’인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걸 입증하고 싶었다.

“예컨대 ‘너는 장애인이니까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없다’는 식의 편견이에요. 저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나서서 무시할 건 없다고 생각해요. 예수님을 따르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사랑 나눔에는 그런 편견을 들이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근로계약을 맺고 까페알로 바리스타로 일하는 어엿한 직업인인 채은씨지만, 홀로서기를 시작한 자립준비청년으로서 외로움과 맞서 싸우는 등 힘든 점도 많다. 그러나 오히려 채은씨는 “앞으로 1년에 한 번씩 바자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힘든 만큼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싶어지고, 그 마음을 예수님께 봉헌하며 더 진실된 나눔 열정이 타오른다”는 것이다.

까페알로 매니저 김건태 수사(헨리코·예수회)는 “예수님께서 가난한 과부의 헌금을 더욱 반기셨듯, 나눔은 무언가를 많이 가져서가 아니라 누구나 마음의 가난을 통해 실천할 수 있는 가치라는 걸 채은씨는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립준비청년이자 장애인이라는 이중고에도 주체적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채은씨에게 오히려 많이 배우고 있다”며 “쉽지 않은 길을 가는 채은씨를 비롯한 자립준비청년 친구들에게 우리도 나눔으로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문의 02-6956-0008 예수회 기쁨나눔재단 자립준비청년 후원 담당자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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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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