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가까이 소록도에서 한센인을 돌본 ‘벽안의 소록도 천사’ 마리안느 스퇴거(82) 수녀와 마가렛 피사렛(81) 수녀가 대한민국 명예 국민이 됐다.

법무부(장관 김현웅)는 6월 8일 과천정부청사 법무부 회의실에서 한센인 간호와 복지 향상을 위해 헌신하며 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두 수녀에게 대한민국 명예국민증을 수여했다. 마리안느 수녀에게는 명예국민증, 명예국민 메달과 함께 십장생 자개 병풍 등이 전달됐다. 마가렛 수녀는 건강 사유로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해 이날 김연준 신부(광주대교구 소록도본당 주임)가 대리로 받았다.

명예국민이 된 수녀들은 앞으로 우리나라를 출·입국하거나 체류할 경우 전용심사대를 이용할 수 있고 장기 체류를 희망하면 즉시 영주자격이 부여되는 등 행정 편의를 제공받는다. 법무부가 명예국민증을 수여한 것은 지난 2002년 우리나라를 월드컵 4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두 번째다.

마리안느 수녀는 이날 소감을 통해 “나는 한국을 사랑하며, 오직 한센인을 치료하는 것이 목적이었을 뿐 특별한 것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각각 1962년과 1966년 조국 오스트리아를 떠나 한국 땅을 밟은 마리안느·마가렛 수녀는 이후 40여 년간 소록도에서 헌신적으로 한센인들을 간호했다.

두 수녀는 2005년 거동이 불편해지자 ‘소록도에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떠난다’는 편지를 남기고 조용히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다.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