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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초상화 교황청에 헌정해 감사장 받은 이경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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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것은 저에겐 기도의 시간입니다.”
아흔의 화가, 이경환(마리아데레사·90·대구 범물본당) 할머니에게 그림은 영성의 샘물이며 삶의 활력소다. 이 할머니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4년 전, 본당 성경대학에서 회화반 활동을 하면서부터다.

연필드로잉부터 시작했다. 단순한 도형에서부터 서서히 복잡한 형상으로 이어갔다. 지도는 성경대학 봉사자 김숙한(막달레나·69)씨가 맡았다. 정성을 다해 한 점 한 점 그려낸 작품은 연필드로잉뿐 아니라 유화작품까지 30점 가까이 된다.

“제가 여든 여섯 살에 처음 그림을 그렸어요. 처음 회화반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서 쑥스러워 그만 둘까 생각도 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감과 흥미를 갖게 됐어요. 시간 나는 대로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어요. 제가 잘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을 찾아 기뻤고, 무엇보다 하늘나라에 가기 전에 주위에 재능을 나누고 싶어 더욱 더 열심히 작업했습니다.”

이 할머니에게는 그림 그리는 것 자체가 기도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던 중,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앞두고 작은 결심을 했다.

“교황님의 얼굴을 그려서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초상화는 정교한 표정과 섬세함이 우선이라 사진을 보고 2개월 동안 작업하며 정성을 쏟았습니다.”

할머니의 작품은 ‘2014년 8월 14일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 방한기념 헌정작’으로 교황청에 보내졌고, 같은 해 11월 17일 교황청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가족뿐 아니라 여러 지인들의 초상화를 그려 나누어 준 기쁨은 비길 데 없지만 특히 교황님 초상화를 그릴 때 실제와 똑같이 그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기도로 시작해 기도로 끝을 맺었습니다.”

교황의 사진과 같지 않을 때는 몇 번이고 수정하며 힘든 과정을 거쳤다. 주위 사람들은 그림에 입문한 지 두 해가 지난 길지 않은 기간에 완성한 교황의 초상화를 보며 감탄했다.

할머니의 작품은 본당에서도 전시됐다. 작품 활동을 이어올 수 있는 데는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원과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 의사이면서 그림을 그리는 둘째 아들 김경동(아우구스티노)씨가 각종 소품과 재료를 마련해주며 도왔다.

특히 그림 그리기 전에는 신·구약 성경필사를 3차례나 했다.

“배티순교성지 담당 김웅렬 신부님에게 선물 받은 묵주 반지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신앙생활에서 기도 없이는 하루도 지탱할 수 없기에 나날이 기도의 힘을 믿고 하느님을 의지하며 씩씩하고 멋지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이 다할 때까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이 할머니.

“늙은 신앙인이 쉽게 잘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라고 생각하는데 작품에 몰입하면 기도처럼 집중돼 연필을 쉽게 놓을 수 없습니다. 소중한 시간, 이웃을 위해서도 더 열심히 기도하겠습니다.”

이 할머니의 단정한 옷매무새, 반듯한 자세, 흐트러짐 없는 표정에서 신앙인의 향기가 묻어났다.

박경희 기자·최상원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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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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