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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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55) 소통과 나눔의 사회적 기업

빈곤·차별·환경오염 등 사회문제 해결 위해/ 건전한 ‘공동선’ 목표로 사회적 기업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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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적 가치를 토대로, 우리 사회에 팽배한 개인주의와 물신주의를 극복하려는 사회적 기업의 출현과 함께 나타나는 새로운 기업경영 이념이나 이론들은 전통적 기업형태들이 보여 온 것과는 현저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곧 이들은 정부조직, 비정부기구 등 다양한 형태의 사적ㆍ공적 영역을 포함하는 더욱 새롭고 포괄적인 사회적 연대를 이룰 것을 요청하며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소통과 나눔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을 통해 건전한 공동선을 목표로 한 균형 잡힌 조화로운 연대의 모습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고 확산되어 가는 현대사회에서, 인간다운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빈곤ㆍ차별ㆍ부패ㆍ환경오염ㆍ생명경시 풍조 등 끊임없이 생겨나는 국제적 문제에 대해 국제기구들의 역할뿐 아니라, 이타적 지향을 지닌 사회적 기업들의 몫도 갈수록 그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며 전 지구적 차원으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범위는 지역과 민족 등 국지적이고 제한된 울타리를 넘어서 전 인류의 과제를 풀어야 하는 실로 막중한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던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소명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내용일 것입니다.

인간이 ‘하느님의 모습으로’(창세 1, 27) 창조되었다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가톨릭 사회교리는 “인간의 침해할 수 없는 존엄과 자연규범의 초월적 가치가 경제적 차원에서도 적용되어야 함”(「진리 안의 사랑」 45항)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교회의 정신에 따르면, 기업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인간을 착취나 희생의 대상으로 도구화하는 일은 그 자체로 정의롭지 못하며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것입니다.

지구촌 전역에 양극화와 승자독식이라는 이른바 신자유주의에 따라 ‘세계화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운 가운데 쉬 걷히지 않을 것 같은 두터운 절망의 어둠을 뚫고 희망의 한줄기 햇살이 되고 있는 존재가 사회적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기업의 탄생과 발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일찌감치 자본주의의 맹아가 싹튼 영국의 경우, 200년이 넘는 사회적 기업의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만큼 자본주의가 지닌 한계와 병폐에 빨리 눈을 뜨고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로 인해 영국에서는 고용기업체의 5인 6만여 개의 사회적 기업이 존재하며, 등록제의 사회적 기업인 CIC(Community Interest Company)도 5000여 개나 됩니다. 다른 대륙에 비해 자본주의의 씨앗이 일찍 뿌려진 유럽의 경우 사회적 기업이 포함된 사회적 경제는 생산과 고용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사회적 기여도가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 선진국의 경우 사회적 기업을 축으로 한 연계활동이 왕성하고 민간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와 교회가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이미 궤도에 올라있는 선진국들의 발전된 모습이 아니라, 그들이 오랜 세월 만들어온 시스템 안에 담긴 모든 이에게 선익이 되는 ‘공동체’와 ‘사랑’의 정신일 것입니다.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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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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