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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58) ‘오병이어’ 닮은 사회적 기업

작은 것 포기하고 얻은 ‘나눔의 기적’/ 공유자산 키워내는 런던, 초대교회 모습 닮아/ 2002년 설립된 ‘영국 사회적 기업연합’ 영국 내/ 모든 사회적 기업 대변하는 다양한 활동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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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을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공유자산으로 키워내고 있는 영국 사회의 모습은 초대교회 공동체의 모습과 많이 닮았습니다. 학자들은 초대교회 예루살렘 공동체가 지닌 가장 특유의 모습으로 상부상조의 경제 조직이라는 점을 꼽고 있습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희생을 각오한 용기 있는 열정에 뿌리를 둔 신앙적 자세를 갖추고 있었고 이는 그들의 나눔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사도 4, 32) “그들 가운데에는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사도 4, 35)는 성경 말씀처럼 형제적 사랑으로 가난을 선택함으로써 공동체가 더불어 부유해지는 모습은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듯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보여준 상부상조의 행위는 주님께서 약속하신 그리스도의 다시 오심을 갈망하던 종말론적 사상과 현세 재물에 애착을 갖지 말라는 예수님의 교훈(마태 6, 19. 24)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초대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을 사회적 기업 런던(Social Enterprise London, SEL)의 활동에서도 엿볼 수 있다는 사실은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런던의 사회적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SEL의 2009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SEL의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주요 조직으로는 런던 개발 공사(London Development Agency)와 런던 지방자치단체(London Councils)가 있는데, 각각 총 수입의 35.1와 31.7에 달하는 금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SEL이 런던에 기반을 두고 있는 지방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런 재정적 지원 외에도 런던에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 Business Link in London, 런던 시정부(London Government) 등이 협력 파트너로서 SEL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SEL과 함께 살펴볼 만한 조직이 영국 사회적 기업연합(Social Enterprise Coalition, SEC)입니다. 사회적 기업 운동에 의해 2002년 설립된 SEC는 사회적 목적을 지닌 단체나 기업이 개별적으로는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힘들다는 인식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산업부의 지원을 받는 SEC는 영국 내 모든 사회적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전국 네트워크 조직으로 사회적 기업 홍보 및 정보를 공유하고 사회적 기업의 창립 및 육성을 위한 정부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영국 전역에 있는 1만여 개가 넘는 사회적 기업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SEC의 핵심업무 중 하나는 사회적 기업이 자신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네트워킹하며, 사회 전체에 유익이 되는 사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 정부 차원에서는 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지원 기관에 기금을 분배함으로써 지역별로 활성화되어 있는 사회적 기업이 더욱 활성화되도록 돕고 있습니다.

SEC에 따르면 이러한 노력들에 힘입어 2009년 현재 6만2000개에 이르는 영국 내 사회적 기업들이 약 80만 명에 이르는 고용을 창출하고 있으며, 매출 규모도 약 240억 파운드(약 43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조그만 것을 포기했을 때 거두는 나눔의 기적을 이처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을까요. 예수님께서 5000명에게 베푸신 빵의 기적도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아낌없이 내놓은 선의의 사람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상기해야 하겠습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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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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