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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62) 나라를 풍요롭게하는 사회적 기업

‘하느님 나라’ 미리 체험해볼 수 있는 장/ 가난한 이들 도와주는 ‘로버츠 기업개발기금’/ 사회적 소명만을 내세우지 않고 ‘효율성’ 따져/ 빈곤 퇴치·소수민족 교육 등 사회문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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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은 학교에서 들어보지 못한 사회공동체를 살리는 많은 내용들을 배우면서 꿈을 나누는 또 하나의 생명과 사랑 나눔의 학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하느님 나라를 미리 체험해볼 수 있는 장이라는 점에서 교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로버츠 기업개발기금(the Roberts Enterprise Development Fund, REDF)이라는 일개 사회적 기업이 거두고 있는 결실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자신과는 별 상관이 없는 이들의 삶에 놓인 아픔과 질곡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과 힘 등 가진 바를 내어놓는 모습에서 가난한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셔서 기쁨이 되어주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REDF는 자신들이 투자한 사회적 기업이 안정적 고용을 유지한다고 무조건 높은 점수를 주지 않습니다. 고용을 유지한다 해도 최저임금 수준의 단순 일자리(entry level job)에 머물면 오히려 빈곤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과감히 퇴출시키기도 합니다. 사회적 기업의 목적은 최소한의 일자리가 아니라, 건실하게 미래를 보장하는 제대로 된 일자리 창출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회적 기업에 투자함에 있어서도 ‘효율성’과 ‘경쟁력’을 함께 연결해야 합니다. REDF가 강조하는 사회적 기업 투자의 핵심 원칙은 “착한 기업이라고 봐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착한 기업’이 경쟁에서 뒤져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사회적 소명만 앞세워서는 아무리 뜻이 훌륭한 사업이라도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고, 결국 사회적 자원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쉽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합리적인 선택으로 인해 현재 REDF가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들을 망라하는 노동자의 78는 2년 이상 일자리를 유지하고 평균소득이 300 이상 늘었습니다. 나아가 REDF는 이제 더 이상 설립자인 조지 로버츠(George R. Roberts)가 기부하지 않아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재정 자립도가 높아졌습니다. 사회적 기업 육성을 통해 빈곤 퇴치, 소수민족 청소년 교육 등 지역사회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보고, 글로벌 금융기업 UBS, 휴렛패커드 등 다른 기부자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REDF는 이러한 사회적 지지와 성과를 디딤돌로 나라와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여도와 역할을 점점 더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REDF가 개발해 실용화한 사회적 기업 평가방법도 사회적 기업 생태계를 건전하게 만들어 가는데 있어 새로운 지평을 열어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을 과학적 방법으로 평가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모여서 만든 ETO(Effort To Outcome) 2.0이라는 시스템은 사회적 기업의 활동으로 사회적 가치가 얼마나 향상되었는지를 수치화해서 비교 평가합니다. 특히 REDF는 사회적 기업을 평가할 때 사회적 약자들에게 얼마나 더 나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인지를 따져 봄으로써 삶의 질을 생각하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형성하는데 획기적이고 경이로운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REDF가 이루어온 결실을 바탕으로 공동체를 생각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의식적인 선택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 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어 복음서에 등장하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체험하는 장이 되고 있습니다. 이는 성체성사의 삶을 현실화하는 신앙인의 도리이자 사명일 것입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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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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