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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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20) 인간의 존엄성과 경제정의

불의·부패 앞에 정의를 펼쳐라
경제제일주의 한복판에서
복음선포 초대받은 신앙인
실제 생활의 현장이야 말로
경제정의 실현돼야 할 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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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신앙의 해를 보내며 특별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강조한 ‘시대의 징표’를 다시금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소집한 교황 요한 23세께서는 공의회를 소집하는 교황 헌장 ‘인간의 구원(Humanae Salutis, 1961.12.25.)’에서 시대의 징표를 식별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상기시키면서, 비록 인류의 앞날을 암울하게 하는 요소들이 세상에 산재해 있지만 교회와 인류에게 희망을 제시하는 긍정적인 징표들을 발견하기를 당부하였습니다. 요한 23세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시작하는 개막 연설에서도, 불길한 사건들로 인해 고조된 세상의 종말 분위기와 교회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섭리는 현 역사의 순간에 끊임없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고 희망을 지니고 난관을 헤쳐가라는 복음적 낙관론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나아가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 1963. 4. 11.)’를 통해 ▲참된 사회화 ▲노동자 계층의 향상 ▲여성들의 공적 활동 진출 등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된 지표들을 전형적인 시대의 징표로 강조하였습니다.

하지만 유다인들이 예수님을 통해 드러난 메시아적인 징표를 알아보지 못한 것처럼, 오늘날 시대의 흐름과 사조도 그리스도인이 올바른 신앙의 눈을 통해 보지 못한다면 그 핵심과 본질을 상실한 채 방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말 것입니다. 왜냐면 동일한 시대의 징표를 바라보면서도 신앙의 깊이나 감수성 등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이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0여 년 전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든 인류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해방을 알리는 구원의 징표이자 동시에 반대 받는 표적이었다는 사실이 이 점을 잘 말해 줍니다.

우리는 강력하고 복잡한 영향을 미치는 경제제일주의와 그 사상 한복판에서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고 그분의 복음을 선포하도록 초대받은 신앙인들입니다. 또한 ‘우리가 가진 신앙은 이러한 경제가 생산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인간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의하여,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는가 혹은 해를 끼치는가에 따라 평가되어야 한다’(미국 주교회의 사목교서 ‘모든 사람에게 경제적 정의를’(1986) 1항)고 가르칩니다.

자본주의 첨단을 달리고 있는 미국 주교회의가 내놓은 메시지는 ‘모든 경제적 결정과 기구들은 반드시 인간의 존엄성을 옹호하느냐 혹은 격하시키느냐 여부에 비추어 판단되어야 한다’(위 문헌 13항)면서 경제가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것이지, 사람들이 경제에 봉사하거나 굴종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어떤가요. 우리 삶과 떼어놓을 수 없는 수많은 경제활동 속에서 처절한 몸부림과 아우성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입니다.

우리는 믿는 것과 실제 생활, 그리고 보다 큰 공동체에서 실천하는 것을 분리시킬 수 없습니다. 이 실제 생활의 현장이야말로 주님이 바라시는 경제 정의가 실현되어야 할 곳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자기의 현세 의무를 소홀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진리에서 벗어나 있다. 그는 바로 신앙을 통하여 각자 부름 받은 그 소명에 따라 현세 의무를 더더욱 이행하여야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헌장’ 43항)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는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개인과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불의와 부패 앞에서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가 되어 주님의 정의를 펼칠 것을 절실하고 긴급하게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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