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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31) 우리 시대 착한 사마리아인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경제적 논리에 묻혀 이웃에 대한 사랑/ 잊지 않도록 끊임없이 돌아보길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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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율법 교사는 자기가 정당함을 드러내고 싶어서 예수님께,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응답하셨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리코로 내려가다가 강도들을 만났다. 강도들은 그의 옷을 벗기고 그를 때려 초주검으로 만들어 놓고 가 버렸다. 마침 어떤 사제가 그 길로 내려가다가 그를 보고서는,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 버렸다. 레위인도 마찬가지로 그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서는,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 여행을 하던 어떤 사마리아인은 그가 있는 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서는,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에게 다가가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 다음, 자기 노새에 태워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었다. 이튿날 그는 두 데나리온을 꺼내 여관 주인에게 주면서, ‘저 사람을 돌보아 주십시오. 비용이 더 들면 제가 돌아올 때에 갚아 드리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너는 이 세 사람 가운데에서 누가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하느냐?” 율법 교사가 “그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 29-37)

그리스도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비유를 통해 강도를 만나 곤경에 처한 사람의 참 이웃은 거룩한 직분의 사제도, 성전에서 봉사하는 레위인도 아닌 사마리아인임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당시 사마리아인은 유다인들이 마주치는 것조차 꺼리는 상종 못할 부류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복음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마리아인의 삶을 당신이 주시는 영원한 생명을 얻는 모델로 보여주십니다. 그리고선 마지막에 예수님은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아버지가 통치하시는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릴 방법을 가르쳐주고 계시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다양한 경제 현상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수많은 삶의 모습들이 나타나면서 우리는 순간순간 ‘누가 우리의 이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관계들도 결국 관련 당사국들 사이에 이웃으로서 관계를 새롭게 설정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경제문제를 매개로 한 이웃관계에서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처럼 누가 우리의 참 이웃인지, 참 이웃이 되려면 어떠한 관계를 맺어나가야 하는지 식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국가 사이에 이익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세계 무역환경 속에서는 오히려 이웃의 개념이 무의미해질 때가 적지 않게 생겨납니다. 하지만 주님을 따르는 참다운 그리스도인이라면 자신이 처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 비유에서처럼 자신보다 더 힘든 상황에 놓여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는 이들을 결코 외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미 FTA를 비롯해 우리나라가 세계 여러 나라들과 확대해나가고 있는 자유무역협정들은 결국 기존의 익숙하던 경제시스템을 새로운 혁명적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분명 경제적 이득을 누리는 이가 있을 것이며, 아울러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이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징표는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경제적 논리에 묻혀 그리스도를 향한 신앙에서 발아된 이웃에 대한 사랑을 잊고 있거나 유보하고 있지 않는지 끊임없이 돌아보길 요청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우리로 하여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어주라는 준엄한 명을 거부하고 있지 않은지 성찰해야 하겠습니다.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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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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