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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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38) 착한 사마리아인과 공정무역 (4)

윤리적 소비는 지구 생태계 살리는 지름길/ 일상에서 그리스도적 가치 따르며 살아갈 때/ 인간과 환경 살리는 올바른 선택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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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으로 그려봅니다. 우리가 별생각 없이 영위해오던 소비생활의 양식을 바꿈으로써 지구 반대편 어딘가 절망의 그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던 가정이 웃음을 되찾고 굴욕적 노예의 모습이 아니라 자유로운 신분으로 새로운 공기를 가슴 깊이 들이마시며 기뻐 눈물짓는 장면을….

우리가 윤리적 소비를 통해 가능하게 된 공정무역으로 인해 달라질 수 있는 세상은 경이로운 선물을 지구촌 곳곳에 선사하게 됩니다. 다만 가까이서 보고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이렇듯 윤리적 소비는 우리 지구상에 있는 한 가족의 웃는 얼굴을 되찾아주는 소중한 행위이며 세상에 주님의 마음과 사랑을 심는 아름답고 창조적인 운동입니다.



농업과 환경을 살리는 윤리적 소비

우리는 평소 의식하지 못하지만 음식을 소비하는 활동만 보더라도 단순히 먹거리가 몸으로 들어가는 데서 그치지 않고 수많은 경제활동과 연계돼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몸에 이로운 농산물을 찾아 섭취하는 행위는 소비자 개인의 선택에 머물지 않고 수많은 ‘파생효과(Derivative Effect)’를 낳게 됩니다. 파생효과란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 일로 인해 크고 작은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하는데, 특히 발명이나 기술상의 새로운 변화는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공동체 전체에 광범위한 영향을 일으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까운 예로 소비자들이 농약과 화학비료 등을 쓰지 않은 유기농 쌀이나 농산물을 선택해 소비하는 일은 단순히 그 개인이나 가족의 건강을 위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습니다. 소비자에게는 개인적인 선택일 뿐이지만 이러한 소비자들이 많아질 때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과 농업계에 희망과 안정을 주면서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게 될 것입니다. 나아가 이러한 농산물이 오가는 유통망도 새롭게 구축됩니다. 이렇게 되면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식품 등 이른바 정크 푸드(junk food)로 우리 몸뿐 아니라 사회까지 병들게 하는 소비시스템을 혁신하여 결과적으로 우리 밥상 공동체가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놓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농약 등 화학약품으로 인해 파괴되는 생태계를 보호하는 결과로도 이어집니다. 유기농업이 활발해져 동물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는 경작지 면적이 늘어나면 다양한 생물들이 찾아오게 돼 그만큼 생태계가 오염된 환경을 벗어나 풍요로워지게 됩니다. 또한 경작지 자체가 깨끗하게 유지됨으로써 공기 정화 기능도 확대되는 등 파생효과가 커지면서 국민 건강뿐 아니라 생태계 자체의 건강도 좋아지게 됩니다. 이렇듯 윤리적 소비는 자신과 가족은 물론 지구 저 반대편의 친구와 형제를 살릴 뿐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지구 생태계의 많은 생명들을 살리는 길입니다.

아울러 윤리적 소비자라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소비하는 ‘로컬 푸드(Local Food)’ 운동에도 적극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 운동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소비함으로써 장시간 유통 과정에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함부로 농산물에 뿌려지는 농약과 방부제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합니다. 나아가 농산물 유통 거리를 단축시킴으로써 탄소배출량도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는 일에도 도움이 됩니다.

어떻습니까. 그리스도적 가치를 가지고 조금만 더 고민해서 윤리적인 선택을 할 때, 도무지 바뀔 것 같지 않아 보이던 세상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조금씩 변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경제활동 안에서도 윤리적 소비자로서 살아가는 것이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보전하는 길임을 깨닫고 보다 많은 이들이 이 길에 함께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 소명을 부여받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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