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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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39) 착한 사마리아인과 윤리적 소비

윤리적 소비로 ‘안전한 먹거리’ 되찾자/ 항생제·성장촉진제 등 투여된 축산물 통해/ 모르는 사이 인간의 몸에 해로운 물질 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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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은 먹는 일을 신성하게까지 여겼습니다. 먹거리를 구하는 일이 지금보다 훨씬 힘겹고 때로는 목숨까지 담보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먹는 일은 절실한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먹는 일은 삶에 있어 가장 신성한 행위나 과정이 되기도 했던 것입니다.

또한 음식은 곧 약이자 우리 몸의 일부일 뿐 아니라, 사람들의 생명줄로 보았기에 지도층이나 황제들조차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을 중요한 소명과 책무로 생각해 몸소 농산물을 심고 수확하는 모범을 보였던 것입니다. 유다인들의 삶을 보더라도 식사 율법은 신성한 규율로 정할만큼 그 품격을 높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식사 율법은 정결함과 신성함의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한 방편이기도 했습니다.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윤리적 소비

이렇듯 인간의 생존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먹는 일은 중요한 소비활동이자 가장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경제활동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 먹거리와 먹는 행위를 신성하게 여기는 자세나 태도가 사라진다면 개인의 삶은 물론 경제활동 전체가 점차 그 신성함과 건강함을 잃어가게 될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현대에 들어 생산수단과 생산력의 발전에 힘입어 먹거리 문제는 많이 해결된 듯 보이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경제적 이익에만 마음이 어두워 먹거리의 청결함과 위생은 외면한 채 대량생산에 열을 올림으로써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예로 식용 육류를 싼값에 대량으로 공급하기 위해 좁은 우리에 많은 가축을 한꺼번에 몰아넣고 기르는 오늘날의 축산 방식은 가축들에게 심한 스트레스와 질병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가축들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항생제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 또한 지나치게 사용하면서 내성이 생겨 항생제를 투여해도 병이 잘 낫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이런 가축들의 폐사를 막기 위해 더 강한 항생제를 과도하게 쓰게 되고, 이렇게 생산된 육류를 사람이 섭취하면서 깨닫지 못하는 사이 사람의 몸 안에도 항생제가 축적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동물은 동물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병들어가는 자연스럽지 못하며 부도덕한 먹거리 순환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소비 방식을 바꿔 윤리적 소비를 하게 된다면 오랫동안 잠재적으로 길들여진 잘못된 삶의 양식도 바뀌게 됩니다. 자연상태에 가까운 방사시설이 갖춰진 곳에서 기르는 닭과 달걀을 소비하고, 깨끗하고 쾌적한 시설을 갖춘 축사에서 가축들이 사육되도록 관심을 가지며, 항생제와 성장 촉진제를 사용하지 않은 육류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날 때,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걱정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외에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조작식품(GMO), 식품첨가물이 지나치게 들어있는 가공식품 등을 소비하지 않는 것도 우리 건강을 지키는 최적의 윤리적 소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지구 생태계를 보전하고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생활방식을 로하스(LOHAS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라고 하는데, 이는 자신의 건강한 삶을 중시하는 ‘웰빙’과는 달리 공동체 전체를 먼저 고려하여 의식 있는 삶을 선호하면서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소비생활을 실천하는 생활방식을 뜻합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새로운 생활양식으로 뿌리내려 미국 소비자만 보더라도 약 30인 6700만 명이 로하스족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이 같은 생활방식이 신재생에너지, 친환경레저산업, 유기농산물 등 관련 산업군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렇듯 어느 개인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삶이 우리 신앙선조들이 꿈꾸었던 나라일 것입니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보다 더 절실한 것은 없다고 성교회는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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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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