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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42) 소비자이자 투자자인 그리스도인 (2)

물질·이기주의에 길들여진 ‘현대인’/ 자본의 흐름·기업 감시하는 ‘사회책임투자’/ 기업들 사회에 대해 책임의식 갖도록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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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위세를 능가하는 초국적 기업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주님의 기치를 높이 치켜들고 하느님 나라의 영토를 조금씩 넓혀나가고 있는 미국 성 프란치스코 수녀회 수녀들의 활약상은 세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내시 수녀는 자신들의 활동이 기업을 위기에 빠뜨리려는 게 아니라,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임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습니다. 내시 수녀는 “우리 사회에 탐욕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자리잡았다”면서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이러한 기업들과 거리의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철학적이고 윤리적 괴리가 있다”며 탐욕과 이기심이 밀려들고 있는 미국 문화에 우려의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내시 수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은, 어마어마한 급여나 이익을 가져가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기업 엘리트들이나 이들에 동조하는 세력들 때문에 탐욕의 문화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기업들에 대한 감시와 견제 활동은 일반 소비자들과는 동떨어진 활동이 아니라, 기업들이 자신들의 얼굴을 제대로 보고 잘못을 고쳐나갈 수 있도록 빛이 되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그리스도인들은 다른 경제 주체들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체제에서 소비자로서뿐만 아니라 투자자로서도 사회의 경제적 안전망을 공고히 하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빛을 발한 게 수녀들이 보여준, 투자자로서의 대안적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리적 소비가 현대를 살아가는 착한 사마리아인들의 기본적인 삶의 자세를 이루고 공동체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한 축이라고 한다면, 기업이 건전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투자는 또 다른 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정의로운 사회, 건전한 기업문화를 세워나가기 위해 근래 들어 도드라지고 있는 움직임이 ‘사회책임투자’입니다.

사회책임투자

사람들은 개인적으로나 단체를 통해서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에 돈을 맡기거나 보험이나 연금에 가입하거나 주식과 같은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방식 등으로 자신의 자산을 증식하는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익성만 따지지 자신이 맡긴 돈이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운용하는지 등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이렇게 수익이 되는 것만 좇아 별 생각 없이 자산을 투자하고 운용할 때 자신의 돈이 윤리적 가치나 종교적 신념과는 무관하거나 오히려 이와 반대되는 일에 사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생명의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이 모은 돈이 사람을 죽이는 살상용 무기 생산에 투자될 수도 있고 환경을 오염하거나 파괴하는 산업에 쓰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자산 운용에 있어 이러한 모순을 해소하고 자연과 함께하는 인간다운 삶의 증진이라는 관점에서 자본의 흐름과 기업 활동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운동이 바로 ‘사회책임투자(Social Responsible Investing, 이하 SRI)’입니다. SRI는 재무적·금융적 성과뿐만 아니라 공공선이라는 목적을 더하여 투자를 행하는 투자 전략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윤리적 가치나 종교적 신념에 상응하는 자산 운용과 기업의 공익성·사회적 성과와 함께 이에 대한 합리적 평가에 따른 투자를 통해 기업들이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게 합니다. 나아가 기업들로 하여금 사회적 책임을 지는 활동을 유도함으로써 사회 전반의 변화를 도모하자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적 시각에서 보면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행동이지만 물질주의와 이기주의에 찌든 우리 세태에서는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닐 것입니다.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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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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