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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43) 소비자이자 투자자인 그리스도인 (3)

성경에 바탕을 둔 ‘사회책임투자(SRI)’/ 18세기 사회책임투자의 원초적 모습 제시/ 1920년대 ‘사려 깊은 … 가이드’ 설정 이후/ 하느님 창조질서 보존 본격적인 행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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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투자(SRI)’라고 이름 붙여진 행위도 결국은 세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신앙관에 따라 내리는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사회책임투자의 뿌리는 성경에 바탕을 둔 그리스도교 정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18세기 영국에서는 아동, 곧 미성년자 노동이 성행하고, 노예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영국 퀘이커 교도들은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노예거래상으로부터 자금을 철수함으로써 사회책임투자의 원초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첨병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이 운동의 본격적인 맹아가 싹텄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한 일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1920년대에 가톨릭교회가 앞장서서 최초의 사회책임투자 정책인 ‘Thoughtful Christian‘s Guide to Investing(사려 깊은 그리스도인들의 투자 가이드)’를 세웠습니다.

이 정책을 바탕으로 1928년에는 24개 윤리 펀드를 만들어 자산을 투자하면서 주류, 담배, 도박, 무기 사업 등을 투자대상에서 제외하는 ‘부정적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 방법을 채택해 활동을 펼쳤습니다.

이후 1986년 미국 주교회의는 ‘모든 이를 위한 경제(Economy for All)’를 통해 “교회는 이제 소외와 빈곤에 대한 구조적 시각을 가지고 경제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합니다. “신앙은 제대 앞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 경제 시장은 경제정의에 따라서 사회에 공헌함으로써 신앙을 드러낼 수 있는 첫 장소가 되기도 한다”고 천명하며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신학적 근거를 제공했습니다.

현대적인 의미의 SRI가 시작된 것은 1960년대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는 시민권과 여성의 권리, 반전과 환경운동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사회, 환경적 문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때였습니다.

미국 대학생들은 건전한 지성을 길러내는데 돌아가야 할 대학자금이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베트남전쟁 관련 기업으로 흘러들어간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등 SRI의 초기 형태를 보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1970년대 이르러 SRI는 미국 투자자들의 폭넓은 관심을 끌게 됩니다.

일례로 1971년에 미국 감리교 신자들이 설립한 최초의 SRI펀드인 ‘팍스 월드 펀드(Pax World Fund)’는 군수산업, 담배산업, 도박산업 등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거부합니다.

SRI가 결정적으로 급부상한 것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는 펀드가 생기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70년대부터 미국이나 유럽의 수많은 노동조합과 종교계 펀드들은 남아공 기업이나 이들과 거래하는 기업에 투자하기를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80년대 들어 뉴욕, 매사추세츠, 캘리포니아 등 주정부들이 각각 수백 억 달러 규모의 연기금을 남아공에서 철수하기로 하면서 이 투자철회운동은 절정에 이릅니다.

198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환경문제가 대두하면서 SRI의 관심은 일반적 윤리문제에서 급속히 환경 분야로 넘어갑니다. SRI는 환경 관련 기술을 갖춘 기업에 투자하면서 무분별한 자원 개발로 인한 자연 파괴에 경종을 울립니다.

이렇듯 그리스도 정신으로 바탕으로 한 SRI는 세상 속에 존재하는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의 창조질서 보존에 어떻게 함께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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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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