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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의 들보] 시작하며 - ‘더는 미룰 수 없는 교회 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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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루카 6,41)

율법주의자들은 자주 스스로 거룩하다고 자부하면서 다른 이들을 부정하다고 단죄했다. 예수님께서는 이들을 위선자라 부르며, 먼저 제 눈 속의 들보부터 빼내라고 말했다.

천주교회는 양심의 보루로 인정받아왔다. 초대교회는 ‘대조사회’로서 이상적 공동체의 모습을 구현, 핍박 속에서도 신앙과 이웃 사랑을 실천했다. 교회는 애긍과 자선, 교육과 복지 활동에 헌신했다. 정의와 민주화를 위한 고난을 마다하지 않았고, 세속화된 사회 속에서 복음적 가치를 선포했다.

언제부턴가 스스로 성찰해야 할 것들이 생겨났다. 자부심이 어린 순교신앙은 세속화와 상대주의로 미지근해지고 개인화됐다. 중산층화된 교회 안에 가난한 이들의 자리는 줄어들었고, 게토화된 공동체는 선교적 열정을 잃었다. 성직중심주의, 무기력한 평신도의 모습은 복음적 활력을 앗아갔다.

교회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늘어갔다. 가장 극단적인 비관을 2002년 ‘한국가톨릭교회해체선언’에서 볼 수 있다. ‘금구요한’이 주교회의 홈페이지에 게시한 이 글들은 교회에 대한 사랑은 간직하되 교회 ‘제도’를 해체해야 한다는 충격적 선언이었다. 선언문은, 한국에 참된 교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대안은 평신도를 주체로 한 교회 해체뿐이라고 말했다.

선언문의 난처함은 셀 수조차 없지만, 우선 두 가지다. 하나는 ‘제도’ 역시 가톨릭교회의 본질임에도 폐기를 주장한 점이고, 다른 하나는 지목된 교회의 악들이 허투루 여길 수만은 없다는 점이다. 교회 내 소명감으로 열심하던 이들이 실망해 교회를 떠나거나 타협하고 이기적인 생활인으로 살아가곤 한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가톨릭신문 설문조사 ‘교황 방한, 응답하라 2014 한국교회’의 결과가 흥미롭다. 여론주도층 314명, 가톨릭인터넷 굿뉴스 회원 420명이 응답한 조사에서 거의 모두가 쇄신 필요성에 공감했다. 하지만 변화에 대한 기대는 4명 중 1명 꼴로 미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러한 자세에 대해서 ‘이기적인 나태’와 ‘무익한 비관주의’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교황교서 「복음의 기쁨」(81~86항 참조)에서 교황은 “선교에 전적으로 헌신하는 것을 거부하여 마침내는 무기력한 나태의 상태에 빠지고 마는” 상황을 개탄했다. 또 “세상과 교회의 악이 우리의 헌신과 열정을 줄이는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

올해 마지막 회기를 맞는 세계주교시노드의 체험은 무기력한 비관주의의 유혹에 빠진 우리의 모습, 그리고 나눔의 체험으로 얻는 새로운 희망을 모두 보여준다.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선교 선택’을 꿈”꾸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교회 쇄신’을 촉구한다. 나태와 비관을 넘어 시노드 교회를 향한 보편교회의 쇄신 발걸음에 함께해야 할 때이다.


※본지는 세상을 향한 복음 선포에 소홀하지 않으면서, 선포가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내 눈 속의 들보’를 들여다보는 나눔의 장을 마련합니다. 스스로의 형식적 신앙생활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가난한 이웃에 무관심한 폐쇄적 공동체, 복음과 삶의 유리, 불의에 대한 무관심, 물질주의와 개인주의에 매몰된 중산층 신앙, 관료화된 교회 운영 등 개인이나 공동체, 교회제도 안의 ‘들보’에 대한 독자들의 성찰을 기다립니다. 성찰과 제안이 있으신 분은 가톨릭신문 제보 메일(jebo@catimes.kr)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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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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