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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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새해에는 ‘마음챙김’ / 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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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다니요…. 한 해를 잘 살아낸 적이 없는데, 또 새해라니요. 그러면 설마, 또 나이를 한 살 먹나요? 그런가요, 하느님? 저만, 어떻게, 슬쩍 피해가면 안 될까요?’

하느님께 제멋대로 푸념하고 하소연해도 되는 거라면, 이 중얼거림이 저의 새해맞이 솔직한 첫 기도가 될 것 같습니다. 한 해를 아쉬움으로 채운 저에게도, 하느님은 공평히 새 출발의 기회를 주신다는 것을 느끼며 슬쩍 새로운 설렘을 꿈꾸게도 됩니다.

그래서 또 새 노트를 펼쳐 새 계획을 적어봅니다. 어영부영 1년이 흘렀다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지기도 하지만, 그렇게 넋 놓고 있을 수는 없겠지요.

새해에는 ‘마음챙김’(Mindfullness)을 더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마음챙김’이란, ‘주의를 기울여, 여기, 지금, 벌어지는 일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자세’를 말합니다. 존 카밧진(Jon Kabat-Zinn)은 명상을 특정 종교의 수행 기법을 넘어, 모두가 마음 수련에 활용하는 수단으로 발전시켜 MBSR(Mindfullness-Based Stress Reduction·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을 창시했습니다. 그는 가히 세계적으로 열풍을 누리고 있는 마음챙김에 대해 ‘자신을 바꾸려는 게 아니라, 자신의 본성을 순간 순간 인식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설명 앞에 많은 분들은 ‘대체 마음챙김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당장 눈앞에 명료하게 드러나는 것에 높은 가치를 두고, 신속한 결론에 이르기를 재촉하는 것이 미덕인 시대이니까요.

그럴 때 저는 말합니다. ‘그냥, 해 보세요’라고. 마음챙김은 이론으로 접근하기보다, 체험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잘 되지 않는 것 같은 순간 순간을 지나는 것이, 그 과정이 바로 마음챙김으로 가는 길입니다.

다시, 그 길 끝에는 뭐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실은 저도 아직 모릅니다. 다만, 그 길 위로 더 걸어가 보려 합니다. 잠시라도 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잠시라도 더 생생하게 가상이 아닌 현실 세계를 살아내 보려 합니다.

하루 24시간 중 무의미하게 스크롤을 내리며 스마트폰을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이 총 얼마나 될까요? 때로는 무엇을 했는지도 모른 채 시간이 훌쩍 사라져 버려 아깝고 황망했던 적은 없었나요? 새해에 무언가 달라지고 싶다면, 마음챙김이 답이라고, 저는 감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저의 내담자(상담을 받는 고객)와 함께 마음챙김 명상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마음챙김에서는 행위 모드(doing-mode)를 줄이고, 존재 모드(being-mode)로 더 돌아설 것을 권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한 쪽으로 치우쳐 균형이 깨진 것들이 많이 보입니다. 행위 모드와 존재 모드 사이의 비중 또한 그렇습니다. 너무도 바쁘게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는 우리는, 방향을 모른 채 우왕좌왕 발만 동동 구르는지도 모릅니다. 잠시 멈추고, 가만히 그저 존재해 보는 것. 그것이 마음챙김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노트에 ‘마음챙김?’이라고 물음표 달린 문구가 더해지고, ‘관련한 책을 한 권 사볼까?’ 하는 마음으로 이어진다면, 그 정도 공유로 저의 새해 첫 일기는 의미가 충만해질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저의 새해 목표 첫 줄은 ‘나의 마음챙김.’ 두 번째 줄은 ‘당신의 마음챙김’입니다.
최현정 아가시다(심리상담가·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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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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