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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내향형을 위한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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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어떤 질문을 하시나요? 요즘 많이 하는 질문은 아마도 “MBTI가 어떻게 되세요?”일 것입니다. 16가지로 분류된 틀로 한 사람을 총체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만, 그래도 상대를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행동으로 본다면 MBTI의 유행은 반가운 일입니다. 특히 MBTI 유형 구분의 첫 번째 글자, 환경에 반응하는 태도를 구분하는 I와 E, 즉 내향형(Introversion)과 외향형(Extroversion)에 대한 인식이 전과 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전에는 내향형의 사람에 대해, 내성적이라거나 소심하다거나 하는 식의 부정적 뉘앙스가 담긴 표현을 하기도 하고,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서는 개선하거나 변화시켜야 할 성격으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이젠 타고난 기질로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관점이 생겼다고 느낍니다.

내향형의 사람들은 외향형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사교력(?)을 발휘해야 하는 사회적 장면에 더 불편감을 느끼고, 여러 시선이 몰리는 상황을 어색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리적 에너지의 방향이 개인 안으로 향하기에, 흔히 외향형이 좋아하는 ‘폭넓고 다양한 교류’를 버겁게 느끼고, ‘소수의 친밀한 관계’를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종종 오해를 사곤 하는데, 내향형은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사람들과의 교류를 안 좋아한다는 인식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저도 내향인으로서 단언컨대, 내향인도 사람을 좋아합니다, 무척. 다만 한꺼번에 여러 명이 아니라, 따로 따로, 긴밀한 1대 1을 선호하지요. 외향인들이 넓은 인맥을 형성하는 동안, 아마도 내향인들은 좁지만 심도 깊은 인연을 맺느라 바쁠지 모릅니다.

최근 저는 내향형을 주인공으로 모시는 모임을 열었습니다. 이름하여 ‘I들의 은밀한 브런치’. 지지 모임에 참여하고 싶지만, 낯선 상황에 대한 불안 때문에 선뜻 참여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분들의 문의를 받으면서 번뜩 생각했습니다. ‘아예 내향형만 모여 보자!’ 라고요. 참여 조건은 내향인일 것. 모임 시작을 10분 앞두고 한 분 한 분, 조심스럽게 들어오시던 순간의 적막한 긴장감이란, 등에 땀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생각이 닿았죠. ‘아, 우리 모두 내향형이지.’ 누군가 입을 먼저 열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자연스럽게 침묵을 마주했습니다.

그럼, 우리의 모임은 어떻게 흘러갔느냐고요? 섣불리 먼저 입을 열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며 분위기를 살피는 우리 내향인들은 각자 자신의 속도대로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합류했습니다. 어느결에 배 앞에 끌어안고 있던 가방을 옆으로 내려놓았고, 등받이에 등을 기대어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쿠키를 와그작 와그작 소란스럽게 먹으며 편안해졌고, 우리의 시간은 3시간을 훌쩍 넘겨 뜨겁게 채워졌습니다. 모처럼 우리에게 편안한, 느린 호흡으로 대화했고, 깊어졌으며, 충만해졌습니다. 내향인도 소통의 욕구가 있습니다. 어쩌면 더 높을지 모르겠습니다. 소통하고자 하지만, 이 사회의 많은 장면은 내향인이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기에 자주 좌절되며 눌러 온 욕구. 마음껏 그 욕구를 발산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하며, 내향형들이 우리 사회에서 더 많이 이해받고 수용되기를,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서로를 향한 이해가 더 깊어지기를, 가만히 소망해 봅니다.
최현정 아가시다(심리상담가·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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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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