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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의 들보]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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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10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다. 특히, 기억에 남아 있는 장면은 2014년 8월 16일, 한낮 그늘 하나 없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에서 교황이 수많은 인파와 인사를 나누다 돌연 차에서 내려 단식 중이던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씨를 만나 위로하는 그 짧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기억은 방한을 마치고 로마행 기내에서 있었던 교황의 인터뷰 내용이었다. 세월호 추모 노란 리본을 달고 반나절이 지난 즈음에 어떤 이가 다가와 교황에게 “리본을 떼는 게 낫겠다”고 했고, 교황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유족들과 연대하기 위해 이것을 달았습니다. 인간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습니다.”

한국천주교회는 교황 방한 이후 교황의 첫 권고 문헌인 「복음의 기쁨」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한 것을 비롯해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이후 한국천주교회 과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서 교회 구성원별로 개선해야 할 점에서 주교에 대해서는 ‘대화와 소통’, ‘사회정의 실천 노력’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사제들에 대해서는 ‘독선과 권위주의’에 대한 지적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기도와 영성생활 결핍’, ‘사치스러운 취미활동’ 순이었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실천해야 할 과제로는 ‘사회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복음적 관점의 사회갈등 치유’,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목적 분위기 조성’ 등을 꼽았다.

그 후로 8년가량 지난 2023년 2월,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한국천주교회 코로나 팬데믹 사목백서를 위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조사 결과를 일일이 열거할 순 없지만, 가슴 아픈 사실은 신자들이 응답한 한국천주교회가 개선해야 할 점은 교황 방한 이후 실시한 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예수님은 ‘세상 창조 때부터 당신을 따르는 이들을 위하여 준비된 나라’(마태 25, 31-46 참조)의 초대 기준을 일러 주시면서 우리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신신당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이처럼 교회의 머리인 예수 그리스도 안에는 언제나 가난한 이들을 위한 특별한 자리가 마련돼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분의 지체인 한국천주교회에도 언제나 가난한 이들을 위한 특별한 자리가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교황은 「복음의 기쁨」에서 “저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바랍니다? 우리는 가난한 이들을 통하여 우리 자신이 복음화되도록 하여야 합니다”(198항)라고 말하고 있다. 가난은 사람에게 깊은 상흔을 남기고 대물림으로 이어진다. 한국 사회에 쪽방촌, 옥탑방, 고시원 등 주택 이외의 거처와 비거주용 건물 내에서 거주하는 1인 가구가 2022년 기준 99만5000가구에 달한다.

이제는 한국천주교회가 소수의 의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교회가 되면 좋겠다. 회개의 사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교회가 주님 부활의 은총에 힘입어, 가난한 교회의 여정에 동참해 ‘우리의 형제, 가장 작은 이들’과 함께 복음의 기쁨을 나누는 세상을 만들어 가길 기원하고 또 기원한다.
권성용 바실리오(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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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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