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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의 들보]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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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이 물음은 멜라니 조이의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모멘토, 2021)의 책 제목을 차용한 것임을 밝힌다.)


한국에서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가구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교회에서도 ‘반려동물 축복식’을 하는 본당들이 늘고 있다. 동물의 수호성인인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축일인 10월 4일에 본당 주임 신부의 재량으로 반려동물 축복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반려동물 축복식에 참여한 신자들의 만족감과 기대치는 꽤 높아 보인다. 반려인 신자들은 ‘감사하다’, ‘감동적이었다’, ‘뜻깊은 시간이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한 자신의 반려동물이 사제의 축복을 받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고 이 축복을 통해 반려동물이 앞으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오랫동안 함께 하기를 기대했다. 본당 입장에서도 반려동물 축복식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려동물에게 위로를 받는 신자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로 시작된 축복식에 비신자들도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축복식이 곧 전교의 장이 된 것이다. 나아가 반려동물 축복식은 치유의 장도 될 수 있다고 한다. 반려동물의 사진이나 유골함을 들고 와 축복을 받을 수 있는데,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반려인들이 이 축복의 예식을 통해 위로를 받고 슬픔을 치유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반려동물 축복식을 바라보며, 조금은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자신의 반려동물은 오래오래 함께 살기를 바라면서 삼겹살을 즐겨 먹는 것은 당연한가? 사육장에 있는 돼지는 축복을 받을 수는 없는 것인가? 소는 개 다음으로 일찍부터 가축화된 동물인데, 왜 소의 관련어는 고기 아니면 가죽일까?


이 시점에서 교회는 반려동물을 축복하는 신학적 근거를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 반려동물 축복식은 축복 예식서의 양식에 근거한다. 「축복 예식」의 제21장 ‘동물 축복 예식’ 따르면,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섭리대로 많은 동물들은 인간 생활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어떤 것은 일을 도와주기도 하고 어떤 것은 사람에게 위로가 되기도 하며 어떤 것은 인간의 양식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적절한 기회에, 예컨대 어떤 성인 축일에 동물들을 축복하는 관습이 있다면 이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347쪽)라고 명시하고 있다.


예식서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축복의 대상이 되는 동물은 저 멀리 아프리카 사바나의 동물도 아니며, 내가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그 동물은 ‘인간 생활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동물’로서 인간이 자신의 이익, 즉 도움과 위로, 그리고 양식을 위해 길들인 동물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축복 예식의 대상은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가축도 해당이 되며, 심지어 실험동물도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10월 4일에 이뤄지는 축복식이 ‘반려동물’만을 위한 선택적 축복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예식이 동물 축복을 통해 “모든 것을 지혜로 창조하신 우리 주 하느님”(347쪽)을 찬양하고 다른 피조물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확인하는 자리라 할 수 있겠다. “온갖 선물을 베풀어 주시는 하느님, 사람들이 일하고 필요로 할 때에 동물들까지도 도움이 되도록 섭리하셨으니 저희의 기도를 들으시고 저희에게 힘과 지혜를 주시어 인간을 위하여 창조하신 이 동물들을 올바로 이용하게 하소서.”(353쪽) 이렇듯 동물을 위한 축복은 “만물의 창조주를 찬양하고, 인간을 만물 위에 들어 높이셨음에 감사드리며, 우리 자신의 존엄성을 깨닫고 언제나 하느님의 법에 따라 살아가도록 노력”(347-348쪽)하려는 인간의 기도이다.


글 _ 김남희 율리아(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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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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