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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현대인의 외로운 소통, 호모텔레포니쿠스 /정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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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경(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강의교수)

얼마 전 한 학생이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겠다며 포트폴리오를 들고 찾아왔었다.

공업용 체인을 연결해서 인체를 형상화한 작품들이었는데 그 중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힘없이 고개를 숙인 채 서있는 인물상이 마음에 와 닿아 제목을 살펴보니 <호모텔레포니쿠스>였다.

‘호모텔레포니쿠스’. 새로운 인간유형을 지칭하는 학명 같기도 한 이 단어는 휴대전화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빗대어 표현한 신조어이다.

사실 이제 휴대전화는 현대인에게 있어 한 순간도 몸에서 떼어놓지 못할 분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실수로 휴대전화 없이 외출이라도 하게 되면 외울 수 있는 전화번호는 거의 없는데다가 혹시 약속시간이 변경되거나 예기치 못한 중요한 연락이 오면 어쩌나 하고 노심초사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심지어는 길을 걸으면서도 귀가 뜨거워질 정도로 전화기에 대고 수다를 떨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각자 전화기에 대고 이야기에 열중한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다들 혼잣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웃음을 짓게 된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이제 함께 하기보다는 홀로인 것에 더 익숙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휴대전화 너머에 있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정작 타인과의 소통을 그리워하는 현대인의 고독하고 불안한 내면세계를 보게 된다.

휴대전화를 움켜쥔 호모텔레포니쿠스는 다름 아닌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보다 인간미 넘치는 삶을 위해서 단 하루만이라도 휴대전화의 전자파를 통한 만남에서 벗어나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여유를 가져보자고 권하고 싶다.


정수경(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강의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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