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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영혼의 강’ / 이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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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들의 참수 상황을 상상하면 정신이 번쩍 깬다. 내가 만약 그 시대에 살았더라면 순교할 수 있었을까? 굳센 믿음으로 목숨을 바칠 수 있었을까? 생각할수록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박해시대에, 신망애 삼덕을 고이 안고 순교한 신앙 선조들 앞에 부끄러움이 앞선다. 그러나 한편 그분들의 순교정신에 힘입어 현실을 초연하게 살기를 다짐해본다.

나는 세례를 받기 5년 전에 성경을 통독했고, 천주교에 관심을 가지면서 유홍렬의 「한국천주교회사」 상·하권을 읽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한국천주교회가 세계에서 그 유례가 없는 자생적 천주교회인 것처럼, 나 역시 자생적 천주교인이다. 하느님의 섭리는 참으로 오묘했다. 나같이 보잘것없는 사람을 영생복락의 빛 가운데로 기필코 인도해주셨으니!

마침내 세례를 받고 절두산에 가서, 나도 모르게 “주님, 순교자들의 빛을 쓰게 해주십시오!” 했는데 그로부터 20년이 지나, 교회사를 연구하신 변우찬 신부님의 뜻깊은 결정으로 나의 졸시 ‘피의 절벽’과 ‘영혼의 강’ 두 편이 성지에 설치되는 은총이 내렸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성찬경, 박희진 두 원로 시인께서도 절창이라고 칭찬해주신 기억이 생생하다.

나는 한강 자체를 거대한 성지로 보고 ‘영혼의 강’을 썼다. 상류에서부터 강화 갑곶 돈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성지들이 한강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강아, 너는 물이 아니라 피로 흐른다/ 물빛 푸른 고요가 아니라/ 순교의 터, 거룩한 혈관을 흐른다// 핏물 삼키고 가는 어둠이 아니라/ 물결 가득 영혼의 빛살로 흐른다// 한강아, 너는 피의 역사를 굽이쳐/ 우리들 가슴에 쏟아 붓고 가는/ 놀란 침묵이 아니라 성혈로 흐른다”(‘영혼의 강’전문)


이인평(아우구스티노) 시인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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