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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마지막 길 존엄하게’ 지켜주고 싶어서

충북재활원 마리아의집 원장 김성우 신부, 조기 노화 겪는 중·고령 발달장애인 생활관 신축 기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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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시설 충북재활원 마리아의집 원장 김성우 신부가 시설 식구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김 신부는 중·고령 발달장애인을 위한 생활관 신축 기공식을 열고, 임종까지 함께하는 시설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발달장애인도 존엄한 임종을 맞을 권리가 있습니다. 충북재활원 마리아의집이 삶의 끝자락까지 동반하는 역할로 사회복지시설 기능 전환을 알리는 시작점이 되길 바랍니다.”


발달장애인 임종까지 책임지는 공간

충북재활원 마리아의집 원장 김성우 신부(청주교구 가톨릭사회복지연구소 소장)가 지난 1월 17일 중·고령 발달장애인을 위한 생활관 신축 기공식에서 밝힌 말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 구조의 신축 건물에는 시설 내에서 자립하도록 배려된 생활실과 조기 노화를 겪는 발달장애인 특성을 고려한 병실 등이 마련된다. 중·고령 발달장애인의 임종까지 책임지는 공간으로, 이를 전면에 내세운 시설 도입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이같은 시설 마련엔 독일 프라이브룩 대학에서 7년 6개월간 ‘카리타스’를 공부하고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 신부의 역량이 컸다. 카리타스는 실천신학의 한 분야로, 가톨릭 사회복지와 관련된 융복합 학문이다. 김 신부는 “카리타스는 사회복지, 심리, 신학의 커리큘럼을 가지고 일반 사회복지와의 차별성과 고유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신부를 최근 다시 만나 마리아의집 청사진과 사회복지 관련 이슈를 들었다.

충북재활원은 올해 설립 70년이 됐다. 전쟁고아를 받아들이는 사업으로 시작, 이후 지적 장애아동 시설로 탈바꿈했다. 어릴 때 입소한 이들은 벌써 중·고령에 접어들었다. ‘식구’로 표현하는 마리아의집 이용자들의 평균 나이는 42세. 하지만 발달장애인의 노화 속도는 빨라 40대라 해도 신체 나이는 60대가 된다. 김 신부는 충북재활원 마리아의집에 부임하고 장례를 4번 치렀다. 모두 요양병원에서 마지막을 보냈다.

“식구들이 요양병원에 간 뒤 건강이 급속하게 나빠졌습니다. 솔직한 분들이니까 무섭고 불안하면 소리를 지르죠. 그렇게 모두 마지막을 맞이했습니다. 그분들을 보면서 존엄한 임종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호스피스까지는 못 가더라도 이들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 보고자 결심했습니다.”

신축 건물에는 1~2인실의 독립 공간이 들어선다. 김 신부는 “공간과 삶을 보장해 줄 요건만 갖추면 개인 집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충북재활원 최고의 장점은 시내에 있다는 것”이라며 “식구들은 걸어서 편의점과 커피숍을 오가면서 홀로 있는 공간에서도 지역사회와 충분히 소통하며 살 수 있다”고 했다. “식구들이 자기 방을 갖도록 해주는 게 바람이었습니다. 또 다른 ‘존엄한 임종’이란 구역에선 식구들이 최대한 오래 머물도록 배려했습니다.”



다양한 욕구에 획일화된 복지는 답 아냐

김 신부가 말하는 한국 사회복지의 문제는 ‘획일화’다. 김 신부는 “독일에는 민간 사회복지 법인 5개가 있는데, 그 한계를 국가가 보조성의 원리에 따라 도움을 주고, 각 종교 사회복지의 고유성도 존중하고 있다”고 했다. 민간 법인과 국가가 동등한 위치에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김 신부는 “한국은 국가의 지도 감독하에 강한 위계질서를 이루고 있다”면서 지자체가 정기 지도 점검을 하고, 보건복지부가 3년마다 시설 평가를 하며 서열화한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김 신부는 “평가 지표에 맞춰 운영하다 보니, 어느 시설이나 유사한 성격을 갖게 된다”며 “사회복지는 인간이 지닌 욕구에 대한 응답인데, 다양한 욕구를 가진 이들에게 맞는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점은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궁극적으로 교회는 복지 사각지대에 선도적으로 가 있어야 합니다. 인간을 하느님처럼 존엄하게 바라보라는 인간존중 사상의 관점으로 말입니다. 그러면 손길이 필요한 곳곳에 교회의 이름으로 함께 서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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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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