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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고령화 속 시골 본당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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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우리 신부님은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게 더 미남이여.”

여느 날처럼 교중 미사를 마치고 교우들과 한 분 한 분 눈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한 자매님이 큰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느닷없는 외모 칭찬에 당황한 내 모습을 보고, 눈치 빠른 다른 자매님이 날 위한다고 하신 말씀이 더 어지러웠다. “무슨 소리여, 마스크 쓰거나, 벗거나 그게 그거지.”

둘 다 별로인가. 둘 다 괜찮다는 건가. 그렇게 코로나 이후 모든 신자가 마스크를 벗고 첫 번째 교중 미사를 마쳤고, 부임한 지 1년 만에 얼굴을 신자들에게 보였다.

2022년 9월 1일. 아직 코로나로 모든 것이 위축되어 있을 때 충북 영동군 학산면 학산본당 주임으로 부임했다. 신부 생활 9년차, 교구청 생활만 4년. 본당 경험이 짧은 첫 주임이었다. 교구청 생활 중 선배 사제들의 사목활동을 보면서 나도 본당 가면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봐야겠다며 의욕이 넘쳤다. 하지만 코로나 후폭풍이 여기저기에 남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신부님. 2년 사이 많은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하루에 장례 미사가 2번 있는 날도 많았습니다.”

부임하고 신자들에게 자주 듣던 말이다. 그들 눈에는 걱정이 깊게 배어있었고 점점 작아지는 공동체에 대한 불안감이 가득했다. 실제로 성당에서 부모님이 코로나에 걸릴까 봐 염려하는 자식들로 냉담 교우도 많았다. 60대 후반이 본당에서 막내일 정도로 상당히 고령화된 공동체는 희망보단 패배 의식이 깊게 깔렸었다.

충청북도 영동군 학산면의 인구수는 1월 기준 2637명, 신자 수는 763명이다. 주일미사 참석자 수는 100명 남짓이다. 인구소멸과 함께 찾아온 고령화는 대한민국 시골의 붕괴로 나타나고 있다. 이 문제는 여기, 학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군·면 단위에서 사목하는 모든 교회의 문제일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 이후로 이 문제는 더 빠르게 우리에게 찾아왔다. 이제 어떤 사목을 해야 하는가? 어떻게 그들의 마음에 희망을 줄 것인가?

이선찬 신부 / 청주교구 학산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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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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