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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장례제도 개혁 선도하는 서울대교구의 결단

효율적 묘지 운영 새로운 활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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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교구 전농동본당 평화묘원 봉안담. 평화신문 자료사진
 

 
▲ 전기성(대건 안드레아, 한양대 조례클리닉센터장, 보건복지부 장사정책포럼 위원장)
 
 
  서울대교구 사제평의가 8월 17일 믿기 어려운 중대 결정을 했다. 경기도 용인 성직자묘역에 새 봉안묘(화장한 골분을 땅에 묻는 묘)를 설치하고, 매장한 지 20년이 지난 유해 20위를 수습해 화장한 후 그 골분을 2기의 봉안묘에 나란히 매장하겠다는 것이다. 종전 분묘 1기와 비슷한 면적에 10위를 매장하니 종전 18기 분묘용지는 새 분묘로 활용하며 같은 방법으로 20년 된 유해는 차례로 이장한다는 내용이다.

 현행 장사법 제19조에 따르면 분묘 매장기간은 15년이며, 연장을 원하면 15년씩 3회 연장해 최장 60년 매장이 가능하다. 다만 2001년 1월 13일 이후 매장된 분묘부터 적용한다. 이 규정에 의하면 앞의 20위는 기간적용 대상이 아니며, 앞으로 이장될 분들도 최소한 40년간 안장이 보장된다. 분묘 1기 면적은 10㎡까지 허용되는데, 서울대교구의 이번 결정으로 10기가 사용할 100㎡ 면적을 10분의 1로 절약함에 따라 결국 `기간과 면적` 두 가지 혜택을 포기하는 것이다.

 교회법 제1176조는 `교회는 죽은 이들의 몸을 땅에 묻는 경건한 관습을 보존하기를 간곡히 권장한다. 그러나 화장을 금지하지 아니한다. 다만 그리스도교 교리에 반대하는 이유로 선택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로 규정하고, 사목지침 제130조(장사)도 같은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매장이 원칙이나 그렇다고 화장을 금지하지도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기간과 면적`의 이익, 이른바 `시(時)ㆍ공(空)`의 이익을 포기한 사제평의회 결정은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한 파격적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결정이 갖는 의미와 향후 교회 역할은 무엇일까.

 첫째, 그리스도교 가르침의 실천이다. 정부는 매년 서울 여의도 면적의 국토가 묘지화하는 것을 막고자 1981년 장사법에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추가하고 화장을 권고한 결과, 현재 화장 선호율이 70대로 상승했으나 종전 묘지의 재활용 방법은 연구 수준을 넘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교구는 지금의 법과 정책, 국민의식으로는 만장된 묘역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알고 `시ㆍ공의 이익`을 포기한 것이다. 이번 결정은 서울대교구 산하 23개 묘원 중 이미 만장된 18개 묘원과 전국 교회묘지 운영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게 될 것으로 본다.

 둘째, 국가 정책과 법ㆍ제도 개혁에 기여한다. 2007년 개정된 장사법은 `수목, 화초, 잔디 밑과 주변에 화장한 골분을 묻는 자연장` 제도를 도입했다. 문제는 장사법 규정이 국토계획법과 문화재보호법을 비롯한 20여 개 다른 법령에 저촉돼 새로운 장사시설 설치는 매우 어려운 데다 장사시설을 혐오시설로 보도록 부추기고 있어 근본적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서울대교구는 교회 안에 봉안시설 설치를 규정한 장사법에 따라 성당 내 봉안당 설치를 추진하려다 학교보건법 개정으로 중도에 포기한 적이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는 고사하고 합리성과 시대 상황에 역행한 사례다. 바티칸 성베드로대성전은 역대 교황들 유해를 안장해 세계적 순례지와 관광코스가 되고 있으나 우리는 김수환 추기경 유해를 명동성당이 아닌 용인묘역에 모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번 결정으로 법과 제도, 국민의식이 개혁되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셋째, 가톨릭형 제도 연구가 필요하다. 우선 20위 유해의 화장 방법이다. 장사법은 화장장 외에서는 불교의 다비장과 외딴 섬에서의 화장만 인정한다. 따라서 법에서 인정하는 사설(私設) 화장장을 용인묘역 안에 가톨릭방식으로 설치하고, 앞으로 늘어날 사제의 유해와 이장을 원하는 신자들 유해도 화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시신 기증자와 어린이 묘역 등을 따로 설치해 장사시설이 망자의 안장을 위한 시설에 머무르지 않고 산 자와 죽은 자가 교감하고 인성교육을 도모하는 추모 문화시설로 자리매김하도록 해야 한다.

 또 교회시설 내 안장과 봉안당 설치, 묘역 정비를 위한 행정적ㆍ재정적 지원 등을 적극 연구하고 법령 개정에 반영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비춰볼 때 정치권과 정부가 개혁해줄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9월 30일 중추절을 앞둔 시점에서 서울대교구 사제평의회의 결정은 서울대교구만이 아니라 전국 교회와 국가적 난제의 해결책을 제시한 것으로 높이 평가받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가톨릭의 위상을 드높인 이 결정의 성과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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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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