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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생명과학과 윤리- 왜 생명과학자는 윤리적이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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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교훈(서울대 명예교수 윤리학)

 현대의 생명공학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것은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명 존엄성과 인간 존엄성에 깊은 암영을 던지고 있다. 오늘날 과학기술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객관적 실재일 뿐만 아니라 인간 정신과 사고의 변화까지 가져오는 주체의 일부가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과학기술은 인간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인간을 지배하는 자가 되고 있다.

 따라서 과학기술로 말미암아 인간은 삶과 죽음의 문제에까지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다. 이 혼란은 특히 유전공학적 조작 생식학의 기술 발전 등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오늘날 생명문제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생명공학자들과 정책 결정자들에게 가장 절실히 요청되는 것은 그들의 직무를 윤리적 태도 위에서 수행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생명공학 종사자들과 의료인들 국가 정책결정자들 입법가들은 새로운 기술적 가능성 앞에서 보편적 윤리원칙에 근거한 판단과 행위를 결단할 윤리지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그때그때 자의적 가치평가를 하거나 무사려증(Anomie)에 빠져 있거나 특히 상업주의에 놀아나고 있다.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는 넓게 보면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경시해온 의료계와 언론계 해당 관청의 공무원 정상배들의 선동과 방조 이에 대중의 과학 맹신에서 발생한 것이다.

 생명공학에 대한 논의는 대체로 유전공학자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소개하고 과대 선전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상업적 언론매체는 단순한 사고를 하는 생명공학자 또는 생명공학 관련업계의 검증되지 않은 꿈같은 주장을 보도하는 데만 주력했고 생명공학기술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긴요한 것은 생명 존엄성과 인간 존엄성을 침해하는 어떠한 연구와 실험도 모름지기 거부돼야 한다는 철저한 의식이다.

 따라서 우리는 한편으론 생명공학이 오로지 인류의 안녕과 행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감시해야 할 것이며 다른 한편으론 생명공학자들이 안심하고 연구할 수 있는 한계도 제시해 줘야 할 것이다.

 우리는 소극적으로는 과학과 기술을 통제하는 제도와 법을 제정하고 이를 누구나 준수하도록 해야 할 것이고 적극적으로는 생명존중에 대한 교육 즉 생명윤리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생명공학자들은 법적으로 규제되지 않는 일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을 하기 쉽고 새로운 것과 진보에 대한 맹신에 사로잡혀 있어 경쟁과 신속한 성취에 몰두한 나머지 정치가와 사업가의 회유와 농간에 쉽게 빠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생명공학자들이 생명을 존중할 수 있도록 그들을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생긴 것이 소위 세계의학협회가 선포한 헬싱키 선언 이다.
 국제사회가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의학연구의 윤리원칙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헬싱키 선언 은 인체를 이용한 의학연구에서 피험자의 복지에 대한 고려가 과학적 사회적 이익보다 항상 우선되어야 한다 (5항)고 규정하고 있으며 그 어떤 국가의 윤리적 법적 요구와 규제 사항도 피험자의 보호를 위하여 이 선언문에 제시된 사항을 축소하거나 배제할 수 없다 (9항)고 확언하고 있다.

 이 선언은 시험 수행에 대한 동의를 얻을 때 의사는 피험자가 자기에게 어떤 기대를 거는 관계가 아닌지 또는 그 동의가 어떤 강제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은 아닌지에 대해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만일 그러한 경우라면 동의는 그 연구에 참여하지 않고 피험자와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연구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의사가 얻도록 해야 한다 고 밝히고 있다.

 요컨대 영국 「네이처」지와 미국의 새튼 교수가 황 교수팀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조항인데 당연한 것이다.
 2004년 2월 세계 최초로 체세포핵이식에 의한 인간배아복제 줄기세포주가 황우석 교수팀에 의해 생성됐다고 발표됐을 때 이것은 국제적으로 많은 반론을 야기시켰다. 인간복제 문제는 인류 전체의 존망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어떤 한 나라에서 금지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하나의 통일된 지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유럽의회는 2003년 4월10일 인간배아복제 금지안을 가결했고 이 안에 따라 인간배아복제가 금지되는 것은 물론이고 인간배아로부터 추출하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실험도 할 수 없게 됐다. 교황청을 비롯해 독일 의사협회 등은 황 교수팀의 인간배아복제가 발표되자마자 즉각 이것의 부당함을 성명서로 발표했다. 독일국가윤리위원회는 2년여 동안 전문가25명의 복제연구 결과를 공표하고 2004년 9윌13일 독일에서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모든 종류의 인간복제 연구 즉 인간배아복제 및 체세포핵이식에 의한 인간복제 배아줄기세포주의 생성을 금지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이 중요한 사실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유엔총회는 2005년 2월18일 인간의 권위와 인간생명 보호가 용납할 수 없는 모든 형태의 인간복제를 금지하는 인간복제에 대한 선언을 통과시켰다.

 인간배아는 생명을 지닌 온전한 생명체이고 완전한 인간으로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인간배아를 실험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분명히 성장한 인간을 실험도구로 이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것이며 출산의 목적으로만 사용될 수 있는 난자를 실험재료로 삼는 것도 비윤리적 행위이다. 따라서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어떤 연구와 실험과 거래도 모름지기 거부해야 할 것이며 생명공학이 오로지 인류의 안녕과 생명 안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생명윤리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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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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