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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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대구 지하철 참사를 겪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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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하철 참사로 본당 신자 중 9명(실종 5명 부상 4명)의 희생자를 낸 대구대교구 반야월본당 주임 맹봉술 신부는 애끓는 유가족들을 찾아 사고현장을 돌아다니며 지금도 아픔을 함께 하고 있다. 맹 신부의 글을 통해 지하철 참사가 우리에게 안겨준 것이 무엇인지 또 살아남은 자들이 해야 할 몫이 무엇인지 성찰해 본다.

지하철 화재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이 됐다. 사고가 일어나던 날 하늘도 울고 땅도 울었다. 우리 모두가 울었었다. 억장이 무너지는 사건 앞에 말문이 막힌다. 한 사람이 겪고 있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의 대가치고는 너무도 큰 사건이다.
이번 참사가 발생하던 날부터 오늘까지 사고현장과 병원 분향소가 차려진 곳을 수없이 오가고 있지만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대책이 서지 않는다. 유족들이 머물고 있는 이곳 저곳 사고현장 벽에는 애간장을 태우는 사연들이 붙어 있고 유족들은 고인이 된 그러나 살아서 나타날 것 같은 부모 자식 형제들의 사진들을 옆에 놓고 오열한다. 차마 눈 뜨고는 보기가 힘들다.
시간이 약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사고가 난 날부터 10여일 정도는 그래도 고인들을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발길이 꽤 있었는데 이제는 제 갈 길을 가야만 하는지 사고현장은 유족들만의 몫이 됐고 분향소라는 곳은 ‘언제 누가 어디서 어떻게 죽어갔든 내 가족이 당하지 않았으면 다행(?)’이라는 듯 발길이 뜸하다. 안타까울 뿐이다.
이 현실 앞에서 관련된 사람들은 사태 수습에 여념이 없고 방송들과 신문사들은 나름대로 유가족들을 돕겠다고 성금을 모으고 여기에 발맞춰 자신도 어렵지만 유족들의 아픔을 함께 하고자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라도 함께 한 모든 분들에게는 고마울 뿐이다. 그러나 유가족들 입장에서 보면 그런 것들이 자신들의 상처를 치유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가족은 이 나라에서 더 이상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기를 더 나아가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으면 하고 또 조속한 시일 내에 한줌 시신이라도 찾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지 않은가. 사태수습 초기부터 사건이 은폐 조작되고 있을 뿐 아니라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이런 일련의 행태들은 비단 이번 사건에만 국한되지 않음에 우리 모두는 분통이 터진다.
어디 이번 사건뿐이랴. 사고가 발생하면 그때마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떠들어대지만 어느 하나 개선되는 것이 없다.
우리는 생명에 대한 인식부터 바꾸어야 한다. 그 동안 우리는 경제발전에만 힘써 왔지 않는가. 그 결과 얻은 것은 무엇인가? 외적 발전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생명일진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 소홀히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소중한 생명을 대하는 우리의 그릇된 태도가 이 엄청난 참사를 빚은 것이 아닐까?
이 엄청난 사건이 조속한 시일 내에 잘 마무리되길 바라고 고인이 되신 모든 분들에게는 하느님께서 영원한 안식을 주시고 부상자들은 하루 속히 쾌유하기를 기도한다. 아울러 유가족 여러분들에게는 슬픔을 딛고 일어나 일상 삶에로 되돌아갈 그 날을 기원하며 살아 남은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우선 산업화로 인간의 가치보다 물질을 우선하는 우리의 의식부터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생명은 물질보다 우선한다. 생명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에는 희망도 행복도 없다.
둘째로 내 가족 외에는 무관심한 우리 태도를 바꿔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혼자만 사는 곳이 아니다. 너와 내가 더불어 함께 나누며 도우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살아갈 때 우리 사회는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각자 위치에서 맡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비록 작은 것이지만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맹봉술 신부(대구대교구 반야월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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