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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의 날 특별기고-‘갈릴래아’ 외국인노동자 사목센터 소장 유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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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성탄절 안산 이주노동자 공동체가 성탄행사를 가졌던 밤은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12년을 돌이켜 볼 때 무언가 참으로 감동적이고 새로운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이날은 특히 필리핀 이주노동자 중심의 공동체에게는 정말 대단한 날이었다. 미사와 공연 게임 등이 진행되는 한편 푸짐한 음식과 선물 나누기 등 크나큰 즐거움이 함께 했던 이 시간동안 나는 무엇보다 이들이 진심으로 예수님 탄생을 축하하는 축제의 시간으로 변화시키는 모습을 느꼈다. 이같은 성공적인 잔치 뒤에는 기획에서부터 준비까지 총체적인 진행을 맡은 공동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재능과 시간을 아낌없이 내어놓는 헌신성으로 동료 노동자들 손님들을 위해 고된 노동을 마치고도 여러날 동안 춤 노래 등 공연 연습을 했고 행사 전날에는 밤을 새워 음식을 준비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만큼 행사가 끝난 뒤 인사를 나누는 이들 얼굴에서는 만족감과 행복감이 가득했다. 그동안 줄곧 무력하며 귀찮은 외국인으로 인식되어온 이주노동자들의 이미지가 서서히 변화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부지런하며 열심히 노동할 뿐 아니라 예술적이며 봉사도 열심히 하고 풍부한 경험과 경제적으로 안정성을 갖춘 이들로 변화하고 있다.
이제는 지성 지도력 창의력 근면함과 봉사정신 등으로 한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체불임금과 산업 재해의 희생자로 또 고독과 상실 부적응의 향수병자 착취당하고 이용당하고 폭행당하는 자들로 떠올려지던 이미자가 걷혀가고 있는 것이다. 그같은 변화에는 몇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체류기간들이 길어지면서 이들이 한국의 이주노동자로서 생활인으로서 노하우를 쌓고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인들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이 어느 정도 엷어지면서 이들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성숙됐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노동관련법 개선 등과 같은 이주노동자를 구체적으로 돕는 방안과 인권 지원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해 진것도 중요한 배경이 됐다. 특히 가톨릭 교회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배려는 각별한 것이었다. 성당은 미사 세미나를 비롯 진료소 등 각종 영성 관련 프로그램 등을 개최 해 이들을 도왔고 많은 사목자들과 신자들도 이주노동자들의 도움 요청이 있는 곳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다. 안산 공동체의 경우 11년째 공동체를 돕고 있는 안산 원곡성당의 한결같은 배려를 잊지 못한다. 물질적 지원은 물론이고 이주노동자 공동체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진심어린 관심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것들 외에도 이주노동자들 스스로 한국에서의 생활을 자국에서 가질 수 없는 기회의 시간으로 자각하게 됐다는 것도 이들에게 변화를 가능하도록 이끌었다.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한 12년의 생활을 돌이켜볼 때 이같은 변화는 몇 년전만 해도 단지 꿈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현실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루고 싶은 많은 꿈들이 있다. 나는 꿈꾼다.
이주노동자들이 그들 작업장에서 평등한 보호와 존중 그리고 기회를 부여받기를 또 이주노동자들이 더 이상 걱정과 두려움으로 행동에 장애를 받지않게 되기를…. 더 이상 차별과 착취로 인한 신고가 없는 날을 이주노동자들이 무력하고 불쌍한 존재로 여겨지지 않는 그런 날들을.
그리고 착취 수단인 연수제도가 사라지고 그래서 더 이상 이땅에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없어지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사제 생활 15년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 그만큼의 시간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해왔다. 이들과의 여정에 함께 하기란 쉽지 않다.
정말 많은 용기와 인내 관용 그리고 좌절 굴욕감을 받아들일 준비 나약함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과 무엇보다 하느님의 부터의 넘치는 은총이 필요하다.
그간 개인적으로 가진 모든 한계와 나약함에도 이주노동자들의 심부름꾼으로 또한 친구로 문제 해결사로 동반자로 동료로서 그리고 치유자로서 그들 곁에 함께 해왔다. 그들 삶의 이야기는 나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시키며 따뜻하게 데워준다.
이민의 날을 맞는 오늘 나에게 그들 삶을 나눠준 이주노동자 친구들에게 그리고 그들 여정에 동행토록 배려하신 하느님께 온 마음으로 감사 인사를 드린다. ▨ 유진(Eugene Docoy 말씀의 선교수도회) 신부는 1961년 필리핀 보홀에서 출생했으며 87년 사제품을 받았다.
89년 한국에 입국한 후 90년 필리핀 말씀의 선교수도회 신학교에서 석사학위를 98년 필리핀 대통령상 이주노동 공로상을 받았다.
현재 수원교구 「갈릴래아」 외국인노동자 사목센터 소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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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3-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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