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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SOFA와 모자보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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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4일과 5일에 주교회의 사무처에는 의미 있는 공문이 접수되고 발송되었다.
전자는 국회에서 한국천주교주교회에 발송한 모자보건법폐지 청원에 대한 불가(不可) 답변서이고 후자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미국천주교주교회의에 발송하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협력을 요청하는 세 번째 서한이었다.
이 두 문건(文件)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온통 나라가 두 학생의 무고한 죽음을 애도하고 있는 이때에 그리고 한미불평등조약인 SOFA개정을 촉구하고 있는 이때에 모자보건법폐지 불가(不可)라는 국회의 답변은 우리에게 잠시 무엇을 돌아보라는 것일까?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 모두는 평등하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참으로 많은 불평등의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다.
여자는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하던 때가 있었고 얼굴이 검다는 이유로 얼굴이 흰 사람들로부터 짐승처럼 다루어진 때도 있었다.
인종이 다르다고 마치 인체에 기생하는 기생충처럼 여긴 인종차별주의도 있었고 지위와 신분이 다름에서 오는 차별도 있었다.
오늘의 SOFA는 바로 그 불평등과 차별의 한 예일 것이다. 그리고 그 차별은 한편에는 너그러운 혜택을 주지만 다른 한 편에는 눈물과 고통 죽음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차별의 저 근저에는 남에게는 엄하고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이기심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니 SOFA 개정을 부르짖는 우리 역시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태어난 자와 태어날 자 간의 심각한 차별은 언제 제대로 인식할 것인가?
우리 사회는 이 차별로 인하여 매일 4000에서 5000명의 아기들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그 태어날 아이들의 법적 불평등을 선언한 모자보건법은 30년 가까이 아직도 건재하다.
이 법의 폐지를 위해 2000년 12월 124만 명의 서명부와 함께 천주교주교회의가 보낸 청원을 국회는 이유 없다고 답변서를 보냈다.
다른 나라도 대부분 그렇듯이 여성의 선택권이 존중되어야 하며 「태어난 사람 편에서 볼 때」 낙태는 어쩔 수 없이 일부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답변의 요지였다. SOFA와 모자보건법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차별이라는 점에는 같고 차별의 대상이 누구냐는 점에는 다르다.
작금의 SOFA에 의하면 무고한 두 중학생이 희생되었는데도 아무런 처벌이 없었듯이 1973년 2월 8일에 제정된 모자보건법에 의해 태아들이 매년 150만명이나 낙태되는데도 처벌된 적이 없다.
그런데 미국 여중학생들이 희생되었다면 재판은 달랐을 것이다. 그리고 강간을 당해 태어났든 장애인으로 태어났든 이미 태어난 사람이 누군가에 의해 희생되었다면 어떠했을까?
그런데 사실 사람은 같지 않은가? 하느님 앞에 부유하든 가난하든 태어났든 아직 태중에 있든 다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존귀한 인간이 아닌가?
그런데 왜 차별을 하는 것일까? 그리고 한 차별을 당당히 항의하며 동시에 왜 다른 차별은 당연시하는 것일까?

송열섭 신부 주교회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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