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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대통령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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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만 해도 특정후보의 대세론으로 싱거우리라 여겨졌던 대통령선거가 최근 이루어진 TV토론을 통한 단일후보 결정이라는 초유의 일로 극적 반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정치판의 출렁임에 잠시 흥미를 보일 뿐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까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방송사들마다 앞다투어 대선 후보 TV 토론회를 열고 있지만 26까지 치솟았던 97년 대선과는 달리 시청률은 한 자릿수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통령 선거는 매우 중요한 선택의 장임에 틀림없다. 한탄과 절망으로 시작해 전쟁과 갈등으로 몸부림쳤던 지난 세기를 마치고 희망과 설렘으로 맞이한 새로운 세기를 어떻게 운영할 지 결정하는 그래서 역사적 소명까지도 들먹이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역사적 선택에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임해야 할 것인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정치에 대한 냉소와 혐오를 털어 내고 정치공동체의 올바른 심판관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는 「결과보다는 과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정치인들의 작태가 일으키는 어지러움을 바라보면서 끝까지 정치허무에 빠지지 않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허무주의가 오늘의 정치판을 만든 원인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공동선 실현할 수 있어야 단순히 투표장에 나가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하는 정도가 아니라 누가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일인 보스 정치 밀실정치 지역주의 정치를 청산할 의지가 있는지 부정과 부패를 일소하고 정의롭고 투명한 사회를 이룩할 대책이 있는지 그리고 역동하는 우리의 잠재력을 키워 내고 급변하는 세계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식견이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특히 21세기의 주역인 20 30대는 지금 이 순간 이 땅에 희망의 정치공동체를 새로이 가꾸도록 부르심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둘째로 우리의 선택 기준은 「정치 공동체는 공동선을 위해 존재하고 공동선 안에서 정당화되고 그 의의를 발견하며 공동선에서 비로소 고유의 권리를 갖는다」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가르치고 있듯 누가 과연 공동선의 실현을 위해 적합한 인물인가 하는 점이다. 그래서 선거운동원들과 언론에 의해 만들어진 후보들의 허구적 이미지를 꿰뚫어 보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계층이 존재하고 있다. 한 겨울 땔감으로 연탄 몇 장을 눈물겹게 마련해야 하는 수많은 이웃이 있는가하면 아예 연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이웃도 많다.
가난하고 억눌리고 버림받는 사람이 구조적으로 양산되는 사회라면 이를 그대로 놔두고 그리스도의 평화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할 것이다. 모든 것을 다 들어줄 수 있을 듯한 후보들의 현란한 말재간에 현혹되지 말고 적어도 왜곡된 경제시스템과 사회적 불평등을 바로 잡을 의지와 함께 사회구성원 모두의 행복과 공동선을 위해 고민하는 후보를 골라야 한다. 평화?화해 지향해야 마지막으로 그리스도인들은 누가 진정 평화와 화해를 지향하는 후보인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9?11 테러 후 한층 강화된 부시 미국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외교 정책은 북한 핵문제와 맞물려 한반도문제를 긴박하게 몰아가고 있다.
따라서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남북관계 진전과 우리의 운명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미 밝혀진 바 있는 94년과 98년의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는 언제든 다시 등장할 수 있고 만에 하나 이제까지 우리가 쌓아온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대국에 끌려 다니지 않고 평화와 화해를 향한 우리의 자주적인 노력과 정책을 확실하게 견지할 수 있는 후보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겨야 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모든 국민은 공동선의 촉진을 위하여 사용하는 자유투표의 권리와 의무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새 시대 우리 모두의 희망을 함께 일구어 나갈 첫 대통령을 뽑는 이번 선거에도 우리는 여느 때와 같이 부르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김용수 천주교인권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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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2-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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