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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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생명과 영성의 양식 위한 ‘위대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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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문화.학술에 관심과 지원을” 이유있는 독주 오늘날 소수민족 유대인의 영향력은 단연 으뜸입니다. 역대 노벨수상자의 약 20가 유대인이며 20세기를 주도한 최고의 지성 21명중 15명이 유대인입니다.
미국인 중 최고 부자 40명중 절반이 유대인입니다. 헐리우드의 걸출한 영화 감독들과 스타들이 대부분 유대인입니다. 유대인이 거의 전 부문에서 독주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고작 인구 450만의 이스라엘이 석유강국 대중동연합을 호령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그 저력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한 마디로 유대인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과감하게 투자를 했기 때문입니다.
첫째로 유대인은 국가의 존망이 흔들리는 위기 속에서 성서의 「70인 번역」 프로젝트(BC 300년경)와 경전목록 확정 및 보전 프로젝트(AD 90년경)를 추진하는 대결단을 내렸습니다. 시대의 풍파를 겪으면서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 경전만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깨닫고 그 연구와 보전에 자원을 쏟았던 것입니다.
둘째로 유대인은 교육을 위한 「기초연구」에 투자할 줄 알았습니다. 그 결과 「탈무드」(생활성서연구)라는 금자탑을 이루어냈습니다. BC 500년경부터 장장 1000년간의 장기 프로젝트에 수많은 학자들과 랍비들이 가담하였고 이후 탈무드의 연구와 보급을 위한 기관들이 다원적으로 설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신자산에 대한 원대한 안목과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유대인은 수 천 년 간 한과 통곡으로 점철해온 시련의 역사를 이겨내고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실인 경전과 탈무드는 오늘도 세계 각처에 흩어져 살고 있는 유대민족을 연결해 주는 정신적 지주요 얼인 동시에 탁월한 지혜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30 대 5000 올해 노벨 화학상이 또 일본인에게 돌아갔습니다. 평범한 대졸 회사원이 수상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세간을 놀라게 했습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알고 보니 그는 첨단 의료장비를 생산하는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는데 회사에서 당장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은 특수 현미경의 제작에 5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준 덕이었다고 합니다. 또 한명의 일본인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는 고분자 물리학 연구를 위해서 5000억원이라는 지원금을 국가로부터 받았습니다. 서울 대학의 연구 팀은 같은 연구를 위해서 국가로부터 30억원을 간신히 받아내었습니다. 결과의 차이는 뻔한 것입니다.

투자의 법칙 한국 사람도 투자를 많이 합니다. 그러나 원대한 안목이 없이 당장 돈이 되는 곳에만 투자합니다. 자신의 일가(一家)를 위해서만 투자합니다. 근시안적으로 투자하면 그런 결과 밖에 안나오고 좁은 안목으로 투자하면 극소수만이 수혜자가 됩니다.
그러나 지혜가 있는 민족들은 백년지대계의 투자를 할 줄 압니다. 유대인들은 물론 경제가 흔들린다는 일본도 거꾸로 5대 육성분야를 선정하여 엄청난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지혜로운 선택 요즈음 교회가 안팎으로 몸살을 겪고 있습니다. 양적으로도 신자수가 줄고 있고 질적으로도 신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를 자주 듣습니다. 「주 5일 근무제」라는 바람이 과연 교회에 무엇을 몰고 올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우리 연구소에도 무슨 신통한 처방이 없나하고 문의들이 심심치 않게 옵니다. 대부분 뾰족한 단기대책들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입니다.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안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는 유대인과 일본인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시대의 풍파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 풍파의 파장(波長)보다 더 긴 파장의 안목으로 대비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어떠한 시대의 도전과 위기에도 요동치 않는 교회가 될 수 있습니다. 기성종교의 해체를 지향하는 포스트모더니즘 그리고 그 후속타인 반그리스도교적 사조에 대항하여 교회가 살아남을 길은 「가톨릭의 탈무드」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유대인이 엄청난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여 마침내 「가장 위대한 민족」의 교과서인 「탈무드」를 만들어 냈듯이 가톨릭교회도 그런 긴 안목으로 투자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각 교구들은 빠듯한 예산에 계획적인 운영을 해야 하는 처지라 연구 개발비까지 지원하기는 역부족입니다. 생각 있는 신자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신자들의 힘은 위대합니다. 지난 몇 십 년 사이에 동네마다 어엿한 성당들을 세웠고 십시일반으로 수백억의 기금을 모아 「꽃동네」를 이뤄냈습니다. 높이 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회가 긴급하게 우선적으로 필요했던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신자들이 조금 눈을 높이 들어 멀리 보았으면 합니다. 시대를 초월하여 사람들에게 생명과 지혜와 영성의 「양식」을 공급해 줄 「정신자산」의 연구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탈무드와 같이 일본의 탐구정신과 같이 저렇게 지속적으로 풍요롭게 결실을 맺는 「연구개발」의 가치를 볼 줄 아는 안목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뿐 아니라 가톨릭교회 내 몇 안되는 연구소들의 연구 여건이 대단히 열악합니다. 모쪼록 신자분들이 그 필요성을 느끼고 많이 도와주었으면 합니다. 하여 그 다채로운 결실로 신자들이 영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차동엽 신부 인천교구 사목연구소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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