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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새 상장례 예식서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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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부활 파스카 신비 잘 드러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남는 이에게 말할 수 없는 아픔과 그리움을 안겨주며 이 슬프고도 사모하는 마음은 어느 감정보다도 애틋하고 순수하다.
이러한 심정은 자연히 외적으로 표현되어 상례(喪禮)라는 의식에 표현되니 상례 안에서 인간의 마음과 인간됨이 가장 잘 표출된다고 하겠다.
이런 의미에서 상례를 치루는 태도와 자세로써 인간 문화의 정도를 측정해 볼 수도 있다.
현대에 와서도 비록 서구 문물의 영향으로 관례(冠禮) 혼례(婚禮) 등 다른 예는 사라져 버리든가 또는 서양 것으로 대치되었을지라도 상장례만은 대체로 유교적 특징을 지니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스도교의 입장에서도 상례는 매우 중요하니 이 예식 안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인 죽음과 부활의 파스카 신비가 가장 생생하게 드러나고 또 선포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은 세례성사를 통해 영적으로 그리스도의 죽음 묻힘 부활에 동참하여 하느님의 뜻을 따라 썩는 밀알과 같은 삶을 살아간다.
그에게 육체적 죽음은 부활을 위한 필수 과정이요 영원한 생명으로 옮아감(過越)이다. 교회는 초대교회 때부터 고인을 기려왔으며 예식을 거행해 왔다. 장례예식(Ordo Exsequiae)이 그것이다. 영원한 생명에 대한 믿음과 희망 때문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교회의 장례예절을 거행하면서 고유 전통의 장례예절을 많이 고려하여 거행해왔다. 또 교회의 전통적인 장례 예절이 현시대의 다변화로 인해 더욱 확대 적용해야 하는 당면과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화장이나 이장 우제 예식 등의 필요성이 대두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주교회의 산하 전례위원회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작업을 통해 새로운 「상장례 예식서」를 발간하게 되었다. 비록 부분적이긴 하지만 시험기간도 거쳤다. 2002년 가을 주교회의에 제출하여 승인을 받게 되었다. 새 「상장례 예식서」는 이제 교황청의 인준과정만 남겨 놓고 있다.
새 「상장례 예식서」는 기존의 「장례 예식서」의 내용 외에도 여러 예식들을 포함하고 있다. 임종 예식(제1장) 운명 예식(제2장) 위령기도(제3장) 염습과 입관 예식(4장) 장례 예식(제5장) 화장 예식(제6장) 우제 예식(제7장) 이장 예식(제8장) 등이며 그 외에도 어른 장례 미사와 위령미사 어린이 장례 때 사용하는 독서와 기도문들을 싣고 있으며 부록으로 설날 미사와 한가위 미사 위령 미사 등도 함께 싣고 있다.
임종 예식(제1장)과 운명 예식(제2장)은 현실의 상황에 맞게 재구성한 것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독서와 시편 성인 호칭 기도 용서와 자비를 구하는 기도를 바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 경우에 사용하는 다른 양식은 시편과 용서와 자비를 구하는 기도로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다.
운명 예식은 운명하는 순간에는 예식을 거행하지 않지만 운명 직후 자녀 친구 문상객 등이 바치는 기도와 또 다른 기도로 예식을 갖도록 마련하였다. 이어지는 위령기도(제3장)는 관습적으로 많이 사용하던 소위 「연도」를 약간 손질하여 마련하였다. 오랜 관습을 가진 구연도와 가톨릭 기도서에 수록된 신연도를 모두 실었다.
염습과 입관 예식(제4장)은 이 과정 중에 아무런 예식도 거행하지 않았던 것을 우리의 실정에 맞게 오랜 시험을 거쳐 가장 적절한 것으로 선정하여 기도와 성수뿌림 시편 낭송 마침기도 등을 간단하게 편성하였다.
장례 예식(제5장)은 기존의 「장례 예식서」의 내용 그대로이다. 출관 예절 장례 미사 어린이 장례 미사 운구와 하관 예식 등으로 구성된다. 그 외에 추가된 예식으로 화장 예식(제6장)을 들 수 있다.
오늘날 화장 문화가 확산되고 우리 신자들도 화장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 예식은 화장 전 예식 쇄골 예식 산골 또는 납골 예식 등으로 각각 나뉘어 시편 독서 기도 등으로 간단하게 작성되어 있다.
우제 예식(제7장)은 삼우제를 가리키는 말로써 유족들의 슬픔을 달래고 안정을 되찾으며 주님께 희망을 두는 삶에로 인도하는 예식이다.
초우 예식은 장례를 마치면 가족(유족)들이 모여 시작기도 시편 독서 신앙고백 청원기도 분향과 배례 주님의 기도 마침기도 등을 바친다. 이튿날인 재우 예식은 동일하다.
묘지를 찾아 갖는 삼우 예식은 시작기도 시편 독서 등 외에 이하는 초우 예식의 것과 동일하게 진행한다. 이장 예식(제8장)은 시작 기도 이장을 시작하는 동안 시편 낭송을 길게 하고 유골이 수습되면 분향과 절 그리고 새 이장지에서도 같은 시편을 낭송하고 마침기도와 주님의 기도로 끝맺는다. 이렇게 새로 편성된 「상장례 예식」은 한마디로 말해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의 시대 상황에 비추어 충분히 적응된 내용들로 구성한 새 예식들이라 할 수 있다.
이 예식들을 통해 유족과 신자 공동체는 사별의 슬픔과 고통 속에서도 영생과 육신 부활의 믿음과 희망을 심화하면서 고인을 하느님께 온전히 맡겨드리고 간절히 기도하며 그에 대한 사랑과 애도를 극진히 한다.
상례는 그리스도와의 만남이 생생하게 이루어지는 만남의 터요 선교의 터전이라 하겠다.
따라서 인간적 사랑과 슬픔이 우리 문화 전통에 알맞게 충분히 표현되면서도 영생과 육신 부활의 신앙이 생생하게 선포되는 상장례 예식이 거행될 때 그리스도인은 더욱 그리스도인다워질 것이요 비신자들은 더욱 쉽게 입교하게 되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나기정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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