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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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성월 특별기고(2) / 교회사연구에 지원과 배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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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는 박해기 순교자들로부터 물려받은 훌륭한 문화유산을 많이 지니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선교사들의 전도도 없이 한역서학서를 통해 자발적으로 신앙을 받아들인 사례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것으로써 세계적으로 널리 주목을 받아왔다. 또한 김대건 신부를 비롯한 많은 순교 성인을 배출한 점도 우리 교회의 커다란 자랑거리이다. 아울러 박해기 신자들이 신심을 북돋우고 교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기 위하여 읽었던 「주교요지」를 비롯한 많은 교회 서적들도 가치있는 유산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훌륭한 문화유산들이 제대로 연구되거나 활용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우선 박해기 때 순교자들이 피를 흘렸던 곳이나 살았던 곳 등이 성지로 개발되어 은총도 받고 신심도 굳게 다지고자 하는 신자들의 발길이 이들 성지에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들 성지에 가보면 설명이 잘못되어 있거나 충실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오류는 성지를 개발할 때 학술적인 조사와 연구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성지를 개발하려면 먼저 그에 대한 학술적인 조사와 연구를 면밀히 한 뒤 그것을 토대로 개발하는 것이 순서인데 불행하게도 우리의 많은 성지들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체계적인 학술 조사나 연구를 거치지 않고 개발되었다. 그러다 보니 오류를 범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사정은 본당사의 편찬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본당들이 편찬 비용을 아끼기 위하여 교회사 전공자가 아닌 일반 신자들에게 맡겨 본당사를 편찬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본당사에서 적지 않은 오류가 발견되고 있다.
우리 교회는 현재 103위 성인을 배출하여 많은 신자들이 이분들에게 공경을 바치고 있다. 그러나 이 103위 성인들에 대해서도 아직 연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잘못된 내용이 그대로 신자들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기해박해 때 순교한 성녀 허계임 이매임 이정희 이영희 등에 대한 달레 책의 기술을 보면 「최양업신부서한집」이나 「기해병오박해순교자증언록」에 있는 내용과 크게 다르다. 달레 책의 내용이 잘못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오류를 바로잡은 연구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신자들이 잘못된 달레 책의 내용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 교회사에 관한 연구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교회사 전공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교회사 전공 논문으로 학위를 취득하게 되면 대학에 취직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교회사를 전공하려고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처럼 교회사 전공자를 홀대하기는 교회 당국도 마찬가지이다. 몇몇 교구에 교회사연구소가 설립되어 있지만 연구원을 갖추고 연구활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곳은 서울교구의 한국교회사연구소 외에는 거의 없다. 운영비의 대부분을 자체적으로 벌어서 연구소의 살림을 꾸려가야 하기 때문에 연구원을 두고 싶어도 둘 수가 없는 것이다. 연구원을 둔다고 해도 생계를 꾸려갈 수 있도록 충분한 보수를 줄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능한 연구자를 계속해서 붙잡아 두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우리 교회의 문화유산 가운데에는 신자들의 신심을 고양시키고 교회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자원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교리나 성경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오늘날 신자들과 달리 박해기 신자들은 교리나 성경에 대한 이해가 풍부하였다. 당시의 독실한 신자들은 4복음서 전체의 삼분의 일을 암기하여 대화 중에 성서 구절을 예사로 사용함으로써 선교사들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따라서 당시 신자들이 사용했던 기도서나 교리서나 신심서들을 현대말로 풀이하고 새롭게 각색하여 널리 보급하면 오늘날 신자들에게도 크게 보탬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처럼 박해기 순교자들이 물려준 문화유산들을 교회 발전에 두루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연구 활동이 더욱더 활기를 띄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려면 우선 교회 당국과 일반 신자들의 깊은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서 종 태(한국교회사연구소 책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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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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