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특별기고] 거짓 신화 죽음에 이르는 병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각종 신화들이 위험수위를 넘어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성장이란 장밋빛 환상이 만들어낸 그늘 속에 생명과 환경이 죽어가고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다이어트와 성형수술의 끝없는 사슬에 여성들을 얽매이게 하고 있다.

주식이나 벤처투자를 통해 대박을 터뜨려 성공하고자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쪽박이란 대가를 치른다. ‘우리’라는 의식은 혈연 지연 학연에 의한 차별과 배제라는 집단적 이기주의를 배태한다. 최근 우리 사회가 맞고 있는 위기의 원인을 경제적 요인에만 국한시키기에는 거짓된 신화들의 역할이 너무 크다.

신화는 고도화된 지배기술다. 거짓된 신화들이 우리를 지배 조작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클르스테스의 침대 이야기에서 보면 나그네가 침대보다 키가 크면 다리나 머리를 잘라 죽이고 침대보다 작으면 잡아 늘여 몸을 찢어 죽인다. 우리를 지배하는 신화들이 바로 이 신화에 나오는 침대와 같이 똑같은 크기의 인간을 재단해내고 있다. 그 신화들에 의해 세뇌되고 길들여진 채 우리는 그저 별다른 저항 없이 자연스럽게 순응하며 살고 있다.
광우병에 감염된 소들이 죽어간다. 그 병은 소의 뇌를 서서히 스펀지처럼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왜 소들이 그 병에 걸리는가? 그 이유로 식물을 먹어야 하는 초식동물에게 육류를 먹이로 주기 때문이다. 소에게 올바른 사료를 주지 않을 때 죽음이 초래된다.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그릇된 가치관 의식이 심어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인간성의 죽음을 가져올 것이다. 우리에게 거짓된 신화들이 끊임없이 죽음에 이르는 병을 일으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거기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가?
거짓된 신화들은 상징적 폭력을 뛰어넘어 현실적 폭력으로 이어진다. 얼마 전에 한 재수생이 명문대에 합격하고도 유서에 서울대에 입학하지 못해 부모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자살한 사건이 일어났다. ‘학벌신화’의 결과다.
작년에 7살난 장애인 아들이 주위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것을 참지 못해 그 아들을 살해한 비정한 한 어머니의 심정을 생각해보자. 우리와 남의 구별이 지나쳐 우리에게 속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무관심하고 배타적이며 때로는 잔인하기까지 한 ‘우리 신화’의 희생자가 바로 그 어머니일 것이다.

혼혈인이나 아시아계 노동자에게도 사회적 차별과 편견이라는 상징적 폭력은 거기에 머물지 않고 현실적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허위의식을 심어주는 신화들은 일종의 파시즘으로서 우리의 삶 속에서 ‘보이지 않는 테러’를 자행한다.
신화는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신화 창조자는 사회에서 자신의 권력 혹은 기득권을 합리화시키고 유지하기 위해 각종 매스미디어를 사용하여 신화를 확대 재생산해낸다.성공신화를 유포하여 주식 코스닥 카지노 경마 시장의 활성화를 꾀하기도 하며 착한 여자를 좋은 여자로 만드는 TV 드라마들은 여성들로 하여금 가부장적 폭력에 둔감하게 만든다. 미국은 무한 자유경쟁에서 이기는 자는 누구나 부를 거머쥘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신화를 강조한다.
교회 역시 신화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본당’ ‘우리 교구’라는 ‘우리’신화에 의해 지배되어 교구간 본당간에 높은 담이 존재한다. 성체 안에 모두 한형제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본당 다른 교구에 대해 소원하고 배타적인 행동들을 보게 된다. 교회 안의 시대착오적 신화가 성직자와 평신도간에 차별과 종속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거짓된 신화들은 우리의 정체성을 박탈하고 그 자리에 신화창조자의 뜻을 주입시킨다. 그리고는 우리 일상의 지배 통제를 통하여 우리의 눈과 귀를 현실로부터 멀어지게 함으로써 제2의 바벨탑을 쌓고 있는 것이다. 교회는 비복음적 가치관을 은연중에 강요하는 이러한 거짓의 신화들을 깨고 이를 복음의 힘으로 정화하는 문화의 복음화를 실천해야 한다. 문화의 복음화를 위해 우리는 먼저 거짓된 신화들의 정체를 밝히는 창조적 파괴를 해야 할 것이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1-02-11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17

1테살 5장 13절
그들이 하는 일을 생각하여 사랑으로 극진히 존경하십시오. 그리고 서로 평화롭게 지내십시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