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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국경 없는 사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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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체류 외국인 50만명 사목활동 강화해야 사제 발굴 양성도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창세 12 1). 이스라엘의 역사는 이 말씀으로 시작되었고 그 이후에도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는 끊임없는 ‘떠남’의 역사였다. 출애굽 사건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영구적인 영적 가치를 지니는 사건으로 남아 있다. 오늘날 유동인구(流動人口) 증가현상은 국경없는 사목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인종과 언어 문화와 이념들이 서로 섞이고 있다는 사실에 눈을 돌린 채 머물러 있기란 이미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다. 인구 유동현상은 교회에 대하여 ‘지상의 나그네’인 교회 자신의 정체를 실현하고 교회 자신의 소명을 이행하라는 하나의 초대요 촉구다.
이민(移民) 난민(難民) 그리고 유민(流民) 같은 말들이 우리 나라 사람에게는 그리 익숙하게 와 닿지 않는다. 고향이나 고국을 떠나 낯선 땅을 서성거린다는 이 용어들의 뜻만큼이나 우리한테 서먹서먹하다는 말이다. 사실 국내에서 주한 외국인 문제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국내 외국인이라곤 주한 미군 정도였으나 주한 미군 지위협정(SOFA)이 버티고 있었고 1980년대 들어 외국인 노동자들의 입국이 현저하게 늘어나면서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았는데 정부 당국은 긴 안목에서 탄력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였다.
우리 교회 또한 ‘이주사목’하면 해외 교포사목을 떠올릴 정도로 국내 외국인 사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성가시게 보아온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한국교회는 이민이나 난민을 떠나 보내는 ‘출발지의 교회’이지 ‘도착지의 교회’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주사목에 관한 한 모국 교회이지 현지 교회가 아니었던 것이다. 세계적인 흐름은 동일한 한 지역 교회가 떠나 보내는 교회이면서 동시에 맞아들이는 교회가 되어 가고 있다. 2000년말 현재 법무부 집계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50만명(주한 미군 제외)을 넘나들고 있다. 또 우리 곁에는 국내에 들어와 있는 1300여명의 북한 이탈주민과 9만명에 이르는 ‘조선족’ 동포가 있고 지금도 제3국을 떠돌고 있는 20만명이 넘는 북한 난민이 있다. 1930년대 소수민족 강제 이주정책으로 옛 소련권에 흩어져 있는 무수한 ‘고려인’들이 겪는 삶의 애환은 두눈 뜨고 보기가 애처롭다. 이제 한국교회도 ‘세계 이민의 날’ 거행을 전기로 삼아 현대인들의 유동 인구 증대 현상이 지니는 주요한 사목적 측면을 직시하고 이 분야의 사목 활동을 강화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
물론 이민 난민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의 방안을 간단히 요약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아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여기에 속한다고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집단 사이에도 엄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250개를 헤아리는 해외 한인공동체를 위해 130명이 넘는 한인 사제를 파견하고 있는 한국교회가 국내 외국인 사목을 위해서는 몇명의 사제를 투입하고 있는지 자문해 볼 때 얄미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적어도 해외 교포사목에 쏟는 노력만큼 이주민들의 정신과 문화 그들의 특수한 상황에 적절한 사목적 방안을 마련하고 이와 같은 미묘한 직책을 수행해 낼 만한 자격을 갖춘 사제들을 발굴하고 양성해야만 한다.
사실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님께서도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집트 땅으로 가셔서 헤로데 왕이 죽을 때까지 이민생활을 경험하셨던 분이다(마태 2 13-23 참조). 교회 안에 이방인이나 국외자란 없으며 또 있어서도 안 된다. 유동인구 현상을 지상의 나그네인 교회 자신의 정체성을 실현하고 교회 자신의 소명을 완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모두 “낯선 땅에서 나그네 생활을 하고 있는”(Ⅰ베드 2 11)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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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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