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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남한 교회가 베푼다는 방식의 선교적 사고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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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민족의 숙원이 통일이라면 민족 사회와 함께 하는 교회의 숙원은 통일된 민족의 복음화 곧 북한 선교일 것이다. 21세기 통일시대를 맞아 북한선교 노력은 이제 ‘필요하다’ ‘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명제에서 ‘어떤 자세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하는 차원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평화방송 평화신문 사장 박신언 신부의 특별 기고 ‘통일 후 북한선교를 위한 제언’을 통해 지금 이 시점에서 착수해야 할 통일 후 북한선교의 구체적인 방향을 모색해 본다.

복음의 씨가 다시 싹틀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 담당해야 신학적 능력과 인격적 자질을 겸비한 선교요원 양성 필요


남북한 관계의 협력과 교류와 관련한 변화 내용의 추이는 통일 후 한국 천주교회의 북한선교 전략 수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이다. 해방 이후 1990년대 초까지 남북한 관계는 그다지 희망적이지 못하였다. 그러나 남북이 통일을 점치고 이를 낙관할 수 있는 계기가 2000년 6월15일 이른바 ‘남북공동선언’을 기하여 이루어지게 됐다.

한국 천주교회도 이런 남북 간의 급속한 변화를 배경으로 하여 통일 후의 북한선교를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긴박감을 가지게 된다. 이 역사적 전환기를 맞이하여 이제 한국 천주교회는 통일 후 북한선교가 자신의 존재 이유와 사명임을 새삼 자각하고 그 준비와 실천에 정성과 노력을 집중시켜야 할 때가 됐다.
■ 경제원조는 보조수단에 불과 이를 위해서 한국 천주교회는 먼저 북한선교에 임하는 기본 자세를 재정립해야 한다. 북한의 교회와 주민들을 수혜자의 위치에 올려 놓고 남한 교회가 베푼다는 방식의 선교적 사고는 위험하다. 북한의 복음화는 북한교회에 맡긴다는 원칙 아래 한국 천주교회는 북한에 복음의 씨가 다시 뿌려져 싹이 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북한선교는 물량공세 중심이어서도 안된다. 경제적 원조는 어디까지나 복음화 사업에 도움이 되는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선교를 한다며 교회가 바라는 것을 북한주민에 대해 일방적으로 강요해서도 안된다. 그렇게 된다면 교회에 대하여 북한주민들은 친근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북한선교의 첫 발은 어떻게 해서든지 북한 주민을 설득해 회두시키겠다는 것을 포기하는 데서부터 내디뎌야 한다.

더욱이 북한은 헌법상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지만 현재까지도 자유롭게 미사를 봉헌할 수 없다. 절대다수의 북한 주민들은 종교에 대하여 무지할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게다가 북한의 주체사상은 이제 하나의 종교이자 새로운 문화로 파악할 수 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한다면 통일 후의 북한선교는 ‘정복자처럼’ 사람을 내편으로 모으고 그래서 그들을 그리스도교화시키겠다는 선교방식에서 철저히 벗어나야 한다. 남을 위해 자신을 죽이는 법을 체험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이같은 기본 자세와 함께 통일 후 북한 선교를 위해 우선적으로 요청되는 것은 철저한 사전 준비다. 이를 위해서 한국 천주교회는 먼저 북한선교 전략을 위한 권위있는 전문연구기관을 설립 운영해야 한다. 이 기관에서는 북한선교의 당위성에 치우진 종래의 연구 방식에서 벗어나 통일 후 북한선교의 구체적인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

또 북한선교에 대한 사명감이 투철하고 신학적 능력과 인격적 자질을 겸비한 성직자·수도자·평신도 선교사·교리교사들을 선발하여 북한선교 요원으로 양성해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전문적인 북한선교신학 전공자를 양성하거나 현행 신학대학의 비정규과정과 선교단체들에서 북한선교를 위한 평신도 교육을 실시하는 방법 연변 등지의 교포신자들과 사목자들을 한국의 신학대학에 유학시키거나 북한 이탈 주민 및 귀순자 사목을 조직적이고 체계화하여 그들을 북한선교 전문가로 양성하는 방안 등을 모색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통일 후를 대비한 북한선교기금을 미리 마련해 두어야 한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에 특별기구를 신설하여 운영하면서 전 교회 차원에서 순전히 통일 이후 소요될 선교자금 조성사업의 기획과 추진을 맡아 통일 후 북한주민의 경제난 해소 예방을 도모할 뿐만 아니라 성당·선교매체·학교·병원·복지시설 등의 건립을 위하여 큰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수립해 놓아야 한다.

■ 북교회와 협력 교구조직 편성 이런 사전 준비와 함께 통일 후 북한선교를 위한 첫번째 순서는 한국천주교 북한선교본부 조직을 구성하고 평양 등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중심지에 사무소를 개설한 후 북한 전역의 교회 실태와 현황을 파악 북한교회와 협력하는 가운데 교구조직을 편성하고 선교에 착수하는 절차를 밟는 일이 돼야 할 것이다.

북한선교본부는 북한교회 교계제도의 정착 등 일정한 시점까지 남한 천주교회와의 업무협조 및 북한선교 창구 역할을 하는 임시기구로서 이 기구의 설립 운용은 남한교회의 책무로 여겨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산하기구로 발족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가 주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선교본부는 북한 전역의 성당 신축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인구는 1999년 8월말 현재 2208만2000명으로 추정되며 행정구역은 9도 1특별시 2직할시 25시 147군으로 나뉘어져 있다. 평양특별시를 중심으로 1개의 대교구와 4개의 교구 설정이 통일 직후 초기선교의 효율성을 기하는 데 적합하다고 본다. 일차적으로 시 단위 도시를 중심으로 32개의 본당사목구를 설치함으로써 북한선교의 디딤돌 역할을 수행토록 해야 할 것이다.
북한선교 개시 10년 이후 시점인 정착단계는 1개 특별시 2개 직할시 25개 시 및 147개 군 단위를 망라 총 183개소의 본당의 설립이 요청된다. 교회의 모든 조직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게 될 이 시기에는 북한 지역의 교구를 분할 평양특별시 외에 함흥시를 중심으로 1개 대교구를 더 설치하고 나머지 지역은 8개 교구로 재정비해 명실상부한 북한교회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안정·발전 단계의 출발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통일 직후 북한선교에 요구되는 성직자는 교구장 직무를 수행할 주교급 고위성직자 5명과 32개소의 본당사목구를 관리할 주임사제 32명의 배치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선교와 관련한 별도의 교육을 이수한 성직자를 1개 본당사목구에 주임사제로 임명하고 이를 포함하여 최소한 5명 이상의 보좌신부를 배치 운영하는 것이 초기 선교 시기에 적합한 성직자 배치 모형이라 할 수 있다.

이로써 통일 직후 초기 배치를 요하는 신부의 수는 모두 200명 선이 되나 초기 정착단계를 지나 안정·발전 단계에 이르러서는 교구의 관리 등 업무를 수행할 사목자 100명과 군 단위 이상 총 183개소의 본당사목구 주임 및 보좌의 직무를 수행할 성직자를 합쳐 모두 383명이 필요하게 된다. 물론 수도자나 평신도 선교사들도 이에 준하여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는 간접 선교 방법의 적극적 활용이다. 무신론 사조에 얽매여 있는 북한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차선의 방법은 역시 간접선교 방안이다. 특히 신문과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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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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