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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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새 천년기 인류 이끌어 갈 이념은 ‘생명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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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것
2001년 새해 아침이 밝았다. 온 천지는 찬란한 빛으로 충만하다.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빈다. 그런데 마음 한 구석에 허전함을 떨칠 수 없는 것은 어째서일까. 아마도 온 인류가 흥분에 휩싸여 맞았던 2000년도 예사 해와 같이 저물어갔기 때문인가 보다. 오히려 현실은 해묵은 전쟁과 살육 기아 폭력 빈곤 부정부패 인권유린 등으로 얼룩졌다. 이런 부담을 새해에도 그대로 넘겨받아 오기 때문인가 보다.

■ 하느님의 가호 있기에 희망 우리 현실은 더욱 그렇다. 그래도 지난해 이 때쯤에는 IMF 위기를 극복한 것인 양 자부심과 희망에 부풀었건만 지금은 상태가 급전직하 새해 벽두부터 납득하기는 어렵지만 데모와 아우성으로 날이 새고 저문다. 국민 거개가 불안에 휩싸인다. 물론 남북 정상회담과 50년 이산가족 상봉이 극히 부분적이나마 이루어진 것은 성과였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좀더 의연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도덕적 해이는 공사(公私)를 막론하고 풀릴 대로 풀린 형국이다. 지난해 우리 대통령에게는 국내외로 경사스러운 일들이 많았다. 참으로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높은 분의 어떠한 영광과 영예도 국민을 더 잘 살게 해야 하는 의무에 앞설 수는 없다. IMF 극복의 핵심은 구조 조정이겠다. 이제 꼭 만3년 전의 일이다. 그때 김대중 당선자와 같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IMF를 다룰 만한 학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없는 것 같으니 IMF를 모범적으로 해결한 영국의 구조 조정을 과감이 본받을 것과 IMF에 대한 깊은 지식과 경험 정책에 있어 능통한 외국인 전문가를 분야별로 고문직으로 몇몇 채용하여 3개월 내지 6개월 안에 구조 조정의 기틀을 완전히 잡아놓아야 한다는 것과 구조 조정은 먼저 정부 기관에서 강력히 추진하고 기업 등에 파급시켜 외국 자본의 유치를 촉진 산업을 조속히 복구 시켜 고용 창출을 극대화할 것 등을 건의한 바 있다. 다른 한편으로 실직자들의 생활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도 건의했다. 그런데 저간의 구조 조정은 겉치레였을 뿐 지금에서야 본격적인 구조 조정을 운운한다. 이 정권이 실제로 일할 시간은 일년밖에 남지 않은 셈인데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그저 성공을 빌 따름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추상같은 결의를 표명해도 중부·하부구조에서는 제멋대로인가 보다. 공금은 수천억 수백억원씩 사방에서 새고 있다. 은행 등의 감자 결정으로 저간에 투입된 89조원이 날아갔다는 소식이다. 그 동안 계속 퍼붓고 있는 150조의 방대한 공적자금도 비효율적이라는 여론이다. 사방 어디를 보아도 별로 밝은 면이 보이지 않는다. 여당은 당직 개편으로 휘청거리고 야당은 이렇다 할 대안이 없다.

그러나 본인은 이 땅의 앞날에 큰 희망을 건다. 그것은 서민층의 선남선녀들이 아주 두꺼운 층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하느님의 가호를 확신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 생명 그것은 가장 고귀한 것이며 가히 영원히 이어지는 것이라 하겠다. 사실 지난해 말에는 2억5000만년 전의 미생물이 긴 잠에서 깨어나 왕성한 생명활동을 다시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본인은 지난해 11월 새롭게 약동하려는 두 가지 생명사건과 마주쳤다. 하나는 서강대학교 개교 40주년을 마감하면서 ‘인간 복제와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학술 심포지엄이었고 또 하나는 중국의 보인대학교 개교 70주년 기념 세계 가톨릭 철학자 대회였다. ‘제3천년의 전망’을 주제로 한 이 대회는 제3천년대 태평양 시대를 앞두고 먼저 이루어야 할 동서사상의 합류를 시도한 회의였다. 이 두 회의의 핵심은 생명의 문제였다.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명에 관한 중대한 사태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시 거론하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보인대학교의 세계 철학자 대회를 중심으로 다루기로 한다.

■ 새로운 문화 창조의 몸부림 이번 보인대학교에서의 대회는 새천년을 맞아 곧 닥쳐올 태평양 중심시대를 위한 새로운 세계 사상 형성 특히 도교 유교 불교 등 동양의 오래되고 뿌리깊은 사상과 오늘의 서구 문명의 연원(淵源)인 그리스도교 사상의 만남과 융합 새로운 인류 문화 창조의 몸부림이었다.

사실 이번 보인대학교에서의 학술회의는 지난해 3월에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있었던 제1차 세계 가톨릭 철학자 회의에 버금가는 환태평양 시대를 앞두고 동양에서 개최된 세계 가톨릭 철학자 회의였다. 참가한 철학자들은 오늘 철학계의 정상급 교수들이며 세계 철학계에서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는 석학들이었다.

먼저 총체적으로 말해 서구 철학인들은 일반적으로 전(前)세기 후반기에 큰 영향을 미쳤던 실존주의 마르크스주의 현상학 분석철학 해석학 등의 한계를 느끼면서 동서가 융합되어 가는 현실에 대해 또 새천년기의 여명에 움트는 새기운에 대해 아직 사상적 새로운 출구를 찾지 못하고 헤매거나 몸부림치는 현상이었다.
■ 교황 회칙 ‘신앙과 이성’ 근거 중국 측에서는 서구문화 특히 그리스도교 철학과 중국의 도교 유교를 초기 중기 현대 등 시기별로 또 학파나 학자를 따라 즉 형이상학 인식론 자연학 인간학 윤리학 분석철학 사회철학 정치철학 과학철학 신학 등등에 걸쳐 다양하게 융합 조명하였다. 보인대학교의 철학계열에는 약 60명의 교수가 포진하여 350만 달러의 기금 모금으로 스콜라 철학연구소를 중심으로 전통 철학과 중국 철학의 종합 연구가 진행돼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물론 이 연구소의 연구는 철저하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근년에 발표한 회칙 ‘신앙과 이성’에 근거하고 있었다.

도래하는 시대를 위한 보인대학교의 이런 예언자적 학문 수행은 역시 중국의 공산화 후 보인대학교를 대만에서 다시 시작한 우핀 추기경과 같은 거물이 있었고 더 나아가 중국 사상계에 혜성과 같이 떠오른 보인대학교 총장이었던 로광(羅光) 대주교와 같은 석학의 지도와 뒷받침 그리고 학파 형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중국의 학계도 아직은 전 시대의 학풍에 젖어 있을 뿐 새천년에 동서를 휘몰아갈 근본 이념에는 미처 눈뜨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 인류 공동체 형성에로 매진 본인은 이런 와중에서 나름대로 새 진로를 시도했다. 그러기에 발표 제목을 ‘동양 철학들과 토마스 아퀴나스 학설에 있어서의 생명 철학-내재와 초월의 관점에서-’로 정하였다. 사실 그것은 동양 특히 도교 유교 불교 등의 사상이 그리스도교 철학의 정수인 토마스의 학설과 시대적으로 또 내용적으로 잘 융화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본인은 도교 유교 불교 샤머니즘과 토마스 사상의 생명관의 동질성과 차이점과 융합점을 제시하고 앞으로 다가올 아시아와 세계의 인류 공동체성 더 나아가서는 일체성 형성을 생명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예시해 보았다. 뜻밖의 좋은 반응이었다.

이제 그 회의에서 발표된 내용을 간추려 본다. 서구 철학자들의 두드러진 경향은 놀라운 과학 기술의 발전 앞에서 ‘생각하는 인간’인 철학자들의 고뇌에 찬 문제 접근이었다. 결국 과학도 인문도 인간이 하는 것이니 철학의 내적통찰과 가치 조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으며 사상의 연면성(連綿性)을 제시하려는 의도가 밑바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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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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