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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방송광고 규제개혁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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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방송광고시장을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이전투구의 장으로 만들려 하는가. 정부가 추진중인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 입법 작업이 우려할 만한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 최근 두차례 열린 규제개혁위원회에서는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의 허가제 폐지 공·민영 영업영역 구분 폐지 출자제한 폐지 등 방송광고시장의 완전 경쟁체제 도입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방송사가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나 다름없어 법률 제정을 통해 미디어렙을 설치토록 한 방송법 본래의 제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 특수성 무시한 규제개혁위 그동안 여러 차례 열린 규제개혁위원회 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은 ‘방송광고요금이 오르면 방송사를 새로 설립하면 될 것이다’ ‘경쟁체제 도입에 따른 방송사의 초과수익 확대가 왜 나쁜지 모르겠다’ ‘시청률경쟁 때문에 방송의 선정성이 문제된다면 방송위원회가 해결하면 된다’ 등 놀라운 논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발언은 방송 및 방송광고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것으로 이 규제개혁의 방향이 과연 참다운 ‘개혁’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지 심히 우려된다.

방송광고는 방송사와 주주들의 이익 창출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방송광고는 방송사가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국민에게 보다 양질의 방송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방송사가 직접 광고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방송법에 규정한 것도 궁극적으로 방송의 공공성을 확립하기 위함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방송환경은 방송사의 자유로운 설립이 불가능하고 방송광고 또한 허용량이 법령으로 제한되어 있어 수요에 비해 공급이 구조적으로 부족한 특수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송광고시장에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완전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면 방송의 상업성과 선정성이 심화될 것은 물론 3대 지상파 방송사와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도구로 전락할 위험성이 크다.

■ 빈익빈 부익부 현상 심화 현재 우리나라의 지상파 방송광고시장은 KBS MBC SBS 3사가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독과점적 구조다. 이러한 상태에서 방송광고 시장이 완전 자유화되면 광고비의 급격하고 과도한 상승과 더불어 매체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것은 자명하다. 요컨대 지상파 대형 방송3사의 초과이윤은 더욱 극대화되는 반면 종교방송 및 군소방송 등 취약방송사와 신문 등 인쇄매체의 광고비는 급격하게 떨어져 경영악화에 처하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광고수주를 강요하는 ‘사이비언론’의 폐해가 극에 달할 가능성이 크고 취약방송사의 존립기반 와해로 방송의 공공성 훼손은 물론 각 계층별 특성에 맞는 다양성과 전문성이 크게 손상될 것이다.
또 TV광고비의 급속한 인상에 따라 광고주의 광고비 부담이 가중되어 TV광고시장은 재벌기업 중심의 대형 광고주 위주로 재편되고 중소광고주의 광고 기회는 박탈될 것이다. 그리고 광고회사의 경우는 단기간에 극소수 재벌기업의 계열 광고회사 및 외국자본의 광고회사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다. 이에 따라 국내 중소광고회사는 해외 다국적 광고회사에 인수 합병되거나 폐업하게 되어 재벌계열사와 다국적 광고회사의 경쟁구도가 형성될 것이다.

방송광고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부작용과 충격을 줄이려면 방송개혁위원회가 제안한 ‘제한적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즉 방송의 공익성과 연결돼 있는 방송광고의 특수성을 감안해 방송의 제작·편성과 방송광고영업을 분리하고 공·민영간 영업영역 구분을 전제로 공·민영 미디어렙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 광고 거래질서 문란 우려 특히 방송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디어렙에 방송사의 참여를 금지해야 한다. 이러한 독점적인 방송사에 미디어렙에 대한 출자까지 허용한다면 참여지분의 과소에 상관없이 방송사의 직접 영업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와 세계에서 유례 없는 공룡집단인 대형방송사들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시키게 될 것이다.
방송광고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완전 경쟁논리에 의한 규제개혁의 잣대로 재단되어진 제도개선은 결코 국민의 보편적 이익에 기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방송광고비의 인상으로 특정 방송사의 독과점적 이윤확대 기회만 제공함으로써 국민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규제개혁위원들은 지금 논의하고 있는 방송광고 경쟁체제 도입과 관련한 규제개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시 한번 신중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며 이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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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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