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사제성화의 날 특별기고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지난 5월30일 50년 사제생활의 고향이요 일터였던 9개 성당을 찾아나섰다. 회고의 뜻도 있었지만 참회와 감사 정리의 뜻에서 모처럼 나들이를 했다.

먼저 성당 감실을 찾아가 5번은 보속으로 5번은 감사의 지향으로 주님의 기도 를 10번씩 바쳤다. 성북동·가회동·세종로·여의도동·삼각지·대림동 본당… 살고 일하던 순서는 아니었지만 찾아가는 곳마다 보람과 부끄러움으로 마음이 설레었다.

본당 신부는 부임하는 날부터 그 본당의 주인이고 어머니며 일꾼이다. 그 책무는 하느님과 교구장이 직접 주신 것이다. 그러나 임기를 마치고 본당을 떠나는 순간부터 섭섭하지만 그 책무는 후임 신부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이렇게 하기를 아홉 차례나 거듭하며 50년 동안 본당 사목을 했다. 실수와 과오도 많았지만 50년간이나 하느님과 신자들을 위해 일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의 이 보람과 감사 그리고 부끄러움과 참회를 후배 젊은 사제들과 나누고 싶어서다.

그러나 예고도 없이 전임 본당을 찾아가기는 했지만 주임 신부와 보좌 신부 사무장이 없어 사제관의 식복사 할머니에게 열쇠를 빌려 성당에 들어간 서글픈 마음은 밝혀두어야겠다. 사목자들이 성당을 지키지 않고 모두 자리를 비운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인이자 어머니이며 일꾼인 사목자가 한명도 없는 성당을 둘러보는 옛 본당 신부의 마음은 어떠했겠는가. 무척 아팠다.

사제들이 독신생활을 하는 것만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고 다 바쳤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안이하고 구시대적이다. 사제도 이 경쟁시대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직업의식 상식적인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

사제의 실수와 경솔은 이해받을 수 있다. 그러나 게으름과 불성실은 사제생활의 포기와 자멸을 가져다 줄 뿐이다. 신자들을 모아 이끄는 것은 본당의 신부요 성당이다. 때문에 신자들의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본당과 신부는 항상 봉사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교구와 주교는 좋은 정책으로 본당과 신부들이 성심성의껏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특히 교구는 본당 사제에게 더 많은 재량권을 주어 그들이 책임의식을 갖고 신명나게 사목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0-07-02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17

에페 5장 20절
모든 일에 언제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십시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