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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난자공여 너무 쉽게 너무 좋게 본다(하-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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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교수(가톨릭대 의과대학 산부인과학 교실)
 과배란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가장 위험한 합병증은 난소 과자극 증후군이다. 이 증후군은 이름 그대로 난소가 과도하게 자극된 결과로 생기는 여러 수준의 위험도를 가진 증상들을 말한다.
 경증과 중증으로 나누며 물론 이 둘의 중간쯤 되는 경우도 있다. 경증은 난소가 다소 커지기 때문에 생기는 그리 심하지 않은 하복통과 약간의 체중 증가 경우에 따라서는 약한 구역구토를 동반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의사들은 질초음파검사를 반복 실시 난소가 부풀어가는 정도를 세심하게 분석해야 하고 필요하면 호르몬 검사를 포함한 주요 장기의 기능 이상 등을 감시한다. 그리고 중증으로 악화할 조짐이 보이면 즉시 배란 유도제 투여를 중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잘 회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중증으로 악화해 주먹 크기나 드물게는 아기머리 크기로 팽창돼 더욱 심한 복통이 오고 복수가 차고 체중이 증가(1일 1Kg이상)하며 동시에 폐까지 물이 차서 호흡 곤란이 올 수도 있다.

 가장 위험한 것은 혈액 성분이 변해 전해질 이상이 와서 심폐 기능에 이상이 오고 혈액이 농축돼 소변이 줄거나 나오지 않고 소변 색깔이 검게 나오는 것이다. 호흡과 심장마비가 와서 사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경증은 집중 관찰 중증은 입원 치료가 필수적이다.
 이런 과자극 증후군은 발생 빈도가 5정도이며 중증은 훨씬 드물고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드물다. 따라서 난자 채취 즉 채란은 일반적으로 큰 위험시술은 아닌 것으로 분류돼 있긴 하지만 그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배란과 채란 과정은 아주 간편한 듯하면서도 실은 복잡하고 성가시며 일상 생활에 크고 작은 제약이 따를 뿐 아니라 크고 작은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잘 숙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난자 제공을 너무 쉽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

 채란을 시술하는 병원에서 채란 과정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 너무 축소되고 형식적이라는 게 여러 조사에서 밝혀졌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위에 설명한 것은 최소한의 설명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더 자세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난자는 개별 장기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 세포 즉 한 생명을 잉태하는 세포이기에 다른 장기나 세포에 비해 소홀히 취급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에 인간 신체 중 가장 깊은 부위에 갈무리돼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난자란 마치 그냥 두어도 소모돼 없어질 세포로 여겨 난자 공여를 그저 버리느니 남 좋은 일이나 하자 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또 난자 공여를 마치 다른 장기의 공여 수준으로 너무 안이한 식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도 큰 문제다. 난자 공여는 혈액이나 신장 심장 간 등의 장기이식과 같이 인격이 없는 단순한 하나의 장기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체외수정이나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공여된 난자는 비록 직접적 성관계는 없지만 시술자의 체외수정 기술이나 체세포이식 기술에 의해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어떤 불특정 정자와 결합할 때는 난자 공여자와 정자 공여자의 형질이 고스란히 전달된 새로운 한 인간을 탄생시킨다. 또 타인의 체세포핵을 받으면 완벽한 하나의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신비한 능력과 기능을 한다.

 따라서 단순한 장기나 세포 공여와는 달리 윤리적으로 자못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이는 난자 공여를 정조 관념과 연관시켜서 보아야 한다고 하는데 절대로 무리한 논리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의 줄기세포 연구 수준이 세계적이긴 하지만 외국의 줄기세포 연구수준도 이에 못지않게 높다. 그런데 외국에서는 난자 공여가 아주 어려운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별 규제가 없어 한국이 자칫 세계의 난자 공급원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난자 공여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이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험관아기 시술이나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 대한민국의 젊은 여성들이 불치병 환자의 회복을 위한 자선이나 또는 세계를 앞서가는 한국의 생명공학을 위한 애국심의 발로에서 난자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너무 쉽게 집단적으로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수백 수천 개 난자가 음성적으로 채란돼 생명공학 연구에 대량 공급되는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기현상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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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6-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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