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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마음의 영성과 비폭력(예수성심전교수녀회 김길자 관구장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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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성심성월을 맞아 이 시대에 요청되는 예수 성심의 영성에 관해 예수성심전교수녀회 김길자 관구장 수녀가 마음의 영성과 비폭력 이라는 주제의 글을 기고해 왔다. 이를 특집으로 소개한다. 편집자

마음은 성서와 동·서양 사상을 포함하여 인간의 인격 전체를 나타내고 있다.

예수 마음은 예수 인격의 총체적인 상징으로서 육화한 하느님 사랑의 상징이다. 마음의 영성이란 그리스도인 안에 그리스도의 인격을 육화시키는 여정이다.

예수 마음의 상징인 찔리신 성심은 이 시대의 영원한 비폭력의 상징이다. 예수는 모든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비폭력을 실천한 인간 하느님이다.
착한 사마리아인 (루가 10 25-37)의 인간적인 인품에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목마르지 않는 생명의 물을 건네시는(요한 4 13) 인간 예수의 연민의 모습에서 산상설교 (마태 5 38-42)의 초대에서 그리고 오리를 가자고 하거든 십리를 같이 가주라고 권하시는(마태 5 41) 예수의 우정어린 내적성향에서 예수는 생명의 샘인 당신의 마음을 계시해주고 있다. 여기서 예수의 메시지는 선으로 악을 정복하라는 것이며 사랑으로 악에 응답하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적극적 비폭력에 대한 극적묘사는 예수의 십자가 죽음에서 드러난다. 이 비폭력의 개념은 인간의 신체적 투쟁 내지는 심리적 폭력에 의지하지 않고 진리와 정의에 기초하여 적의 양심에 윤리적 압력을 제기하는 것이다. 비폭력 행위의 목표는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화해와 친교로써 증오를 극복하고 사랑을 성취하는 것이다.
적극적 비폭력은 인간의 인격을 파괴하고 창조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모든 악에 대한 거부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폭력이 인간의 불행을 증가시키고 죽음의 문화를 건설하는 것이라면 비폭력은 그 상처를 치유하고 새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는 진리와 자유와 맥을 같이한다.

적극적 비폭력은 우리에게 본질적으로 요구되는 몇 가지 원리에 기초한다. 첫째 인간은 세상에서 가치있는 유일한 존재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은 그 고귀한 존엄성을 존중받아야 한다. 둘째 모든 인간은 양심을 지닌다. 이 양심은 진리를 기르며 모든 인간 안에 변화의 가능성을 양육한다. 인간의 위대함은 내적으로 변화되어 완성을 향해 나아갈 가능성과 능력을 지닌다는 데 있다. 셋째 인간은 진리와 정의 그리고 사랑의 대가를 치를 수 있는 위대한 존재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진리와 선을 추구하는데 이를 위해 희생을 치르는 것은 필연적인 요구다.

이러한 원리에 바탕을 둔 비폭력 전략의 여러 증거들을 우리는 지난 세기의 어두운 역사 속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인도 독립의 아버지 간디의 비폭력 투쟁 인종차별 철폐 및 인권 운동의 개척자인 마틴 루터 킹의 비폭력 운동 등이 그것이다. 좀더 최근의 사례로는 마르코스의 독재정권에 대항한 필리핀의 민중 혁명 남아프리카에서의 인종차별 철폐 투쟁 공산주의에 대항한 동유럽의 촛불혁명 을 들 수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현대 세계의 사목헌장 에서 반대자들에 대한 존경과 사랑 만인의 본질적 평등을 말하면서 사회정의 실현에 있어서 비폭력의 가치를 강조했다. 특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백주년 회칙에서 동방국가들의 비폭력이 지니는 높은 가치를 인정하면서 여기에 적극 참여할 것을 당부했다.
이러한 가르침은 십자가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찔리신 예수 성심은 하느님의 비폭력에 대한 최고의 계시다. 십자가의 비폭력은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계시하는 절정이다. 비폭력 영성은 곧 복음을 사는 길이다. 폭력이라는 시대의 악순환을 중단하고 화해와 용서로 그 상처를 치유하며 회복하는 것은 이 시대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이다.

마음의 영성에 뿌리를 둔 비폭력 영성은 우리를 회개와 화해의 길로 인도한다. 시대의 악으로 인하여 상처받은 이들에게 정당한 존엄성과 인격적인 가치는 물론 하느님과의 관계를 다시 회복시켜준다. 그리고 이 영성은 우리로 하여금 이웃과 사회를 향해 투신하게 한다.

이웃에 대한 무관심으로 사랑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오늘 화해와 친교가 이루어지려면 이해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따뜻이 이해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서며 자연과 인간생명을 존중하고 정의와 평화를 위해 적극 나서며 예수의 십자가 죽음으로 표현되는 복음적 비폭력을 통해 갈등과 대립을 해소해야 한다. 화해의 영성은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구체적인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드러냄으로써 새 세상을 건설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비폭력 정신과 한 쌍을 이루는 화해의 영성은 오늘의 극심한 빈곤의 참상을 외면하지 않는다. 또 이를 외면하면서 하느님께 다가갈 수 없다. 화해의 영성은 이 시대의 구조적인 가난의 문제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격차 폭력과 그 원인들 생태계 파괴 등 죽음의 문화 라 일컫는 지구촌의 상황들을 깨어 의식하고 정의와 평화를 위한 비폭력의 투쟁에 적극 투신하도록 인도한다.
물질적 경제적으로 전에 없이 풍요로운 삶을 구가하면서도 많은 현대인들이 내면에 대한 강한 향수와 목마름을 느끼는 것은 오늘의 인류가 다양하게 겪는 폭력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오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내적인 공허함을 채우고 폭력으로 점철된 세상을 새 세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비폭력 정신으로 인간생명의 가치와 인간내면의 본래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

비폭력의 표상인 찔리신 예수 성심은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인간과 세상의 화해를 가져다 주는 화해의 영성의 근원이다. 예수 성심에 바탕을 둔 마음의 영성은 만물 안에서 하느님의 인격을 관상하며 또 하느님 안에서 우주 모든 것을 관상한다. 그리스도 예수께서 지니셨던 마음을 이 시대 우리의 마음으로 간직하면서 마음의 영성에 뿌리를 둔 내적인 삶을 꽃피우자. 정의가 다스리고 평화가 넘치며 하느님 창조의 아름다움을 반사하는 인간 세상을 위해 일하는 데 기초와 영감을 마련할 마음의 영성을 온누리에 활짝 피우자.
마음의 영성은 시대가 요청하는 그리스도인의 영성이며 특별히 예수 성심 성월을 맞아 우리가 깊이 묵상하고 우리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켜야 할 예수 성심의 영성이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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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90장 2절
산들이 생기기 전에, 땅이며 누리가 나기 전에, 영원에서 영원까지 주님은 하느님이시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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