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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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성폭력의 심각성과 교회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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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벼릥별 억울한 일이 많다.

도저희 참아내지 못할 것같이 억울한 일도 그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공감해주는 이웃을 만나 위로를 바등면 상처는 어느새 아물어간다. 그런데 위로는 커녕 세상이 알게 될까 두려워서 있던 일마저 부정하고 은폐하며 살다 보면 성폭력 피해자는 어는새 죄인이요 가해자가 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법과 인정이 살아있는 우리 사회에서 웬만한 억울한 일은 하소연할 수 있다. 그러나 성폭력은 당하고도 세상이 알게 될까 두려원 평생을 가슴에 묻고 상처의 깊이를 더해가며 사는 일이 되었다. 성폭력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오히려 더 수치를 느끼고 비난을 받아야 하는 이 사회의 성문화가 주된 원인이다.

우리 사회 성폭력 피해자의 95이상이 여성이다. 고분고분 말 잘 듣는 순종적인 아이로 길러지는 여성들에게 정작 성폭력 문제가 터지고 나면 왜 제대로 말도 못하고 당하고만 있었냐고 묻는다. 그리고 이 사회가 요구하는 순결의 잣대를 드링대고 어느 정도 순결이 손상되었는지를 진단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성폭력 피해자는 원래 받은 피해보다 몇배의 상처를 입고 자책하며 좌절한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남는 가장 심각한 후유증은 삶의 의욕과 희망의 상실이다. 아픔과 고통을 누군가와 나눈다면 한 다리로라도 설 수 있다. 위로와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나머지 한다라도 설 수있다. 선다는 것은 걸을 수 있다는 희망의 시작이다.

상처입은 사람에게 위로가 되어 줄 수 있는 곳 치유의 희망과 확신을 줄 수 있는 곳 그런 곳으로서의 교회를 갈망한다. 이미 세상에서 돌을 맞을 만큼 맞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살아갈 의욕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교회이길 희망한다. 다른 사람의 신체적 결정권을 무참히 짓밝은 가해자를 꾸짖을 수 있고 몸의 상처가 순결의 상실은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외쳐줄 수 있는 교회이길 바란다.

여성과 남성에게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이중적인 성 규범을 고수하는 한 순결과 정조의 의무를 여성에게만 짊어지게 하는 성 고정관념을 버리지 않는 한 힘이 있으면 누구의 성이든 내 것으로 할 수 있다는 가부장제적 성문화의 원형을 벗어 던지지 않는 한 성폭력 문제는 끝날 수 없다.

교회는 이 모두를 앞장서서 바꿔나가고 참다운 정의의 지평을 열어 갈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으로 성폭력 피해자를 치유하고 구원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상화(가톨릭 여성연구원 연구위원 가톨릭 대학교 여성학 강사)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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