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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신앙의 기준으로 윤리적인 판단을 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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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민단체의 움직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전국에서 수백개의 시민단체들이 연대하여 낙천·낙선운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대다수가 이 움직임을 지지하고 있다는 데 있다. IMF 사태를 맞아 거의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하루하루를 살아온 국가적 비상사태의 와중에서도 정치권은 각성하기는커녕 개혁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기 일쑤였다. 개혁입법에는 트집을 잡고 민생법안에는 외면하는 정치권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혐오감까지 가지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불을 지른 것은 ‘나눠먹기식 선거법 협상’이었다. 이를 본 국민들은 정치권이 자정능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하기에 이르렀고 이를 시의적절하게 대변한 것이 ‘총선연대’를 결성한 시민단체들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되자 불교와 개신교에서도 사회활동단체들이 연대하는 등 종교계에서도 호응이 일어났고 천주교의 시민단체들도 이와 연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13년전 광범위한 국민적 호응을 일으켰던 6·10 국민항쟁을 연상시킬만한 거대한 민의(民意)가 용솟음치고 있는 것이다. ‘총선연대’를 결성한 시민단체들은 정당들이 낙천대상자를 공천할 경우 곧바로 낙선운동에 돌입할 태세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과연 선거혁명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는 오직 유권자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우리는 지금 ‘은총의 대희년’을 맞이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마련된 ‘섭리적 사건’이었다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평가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런 현상에 대해 이미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즉 정치질서에 대해서 교회가 신앙의 기준으로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일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사목헌장 76항 참조) 공의회를 성공적으로 이끈 바오로 6세 교황도 이 ‘정치질서에 대한 윤리적 판단 실천의 질서’에 대해 구체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모든 가톨릭 신자들은 이제 행동해야 한다. 평신도들은 사회질서를 개혁하는 데 사명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주교단이 원칙을 세워야 하지만 평신도는 누구의 지시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 속에 또한 도덕과 법률 속에도 그리고 사회구조 속에 그리스도의 정신을 심어야 한다. 평신도는 다가오는 변화와 개혁의 움직임 속에 복음정신을 불어넣어야 한다.”(회칙 ‘민족들의 발전’ 81항)

이미 평신도들과 선의의 국민들이 시민운동이라는 형식을 통해 ‘자발적인 행동’을 실천하고 있으니 이제 교회 교도권이 복음적인 판단을 내릴 차례다. 또 ‘전례공동체’로 굳어져 가고 있는 듯한 우리네 본당들도 “이왕이면 신자후보를 찍어주자”는 식의 종교이기주의 행태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본당들이 관할하고 있는 지역사회의 복음화를 위해서도 유권자들인 신자들에게 선거에 참여함은 물론 지역감정을 떨쳐버리고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않은 개혁적 후보들에게 투표하도록 하는 운동을 벌여야 할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비롯한 만고불변의 가치들에 대해서는 변함없이 보수적이어야 하는 우리 교회지만 복음적 가치에서 멀어져 가는 현실 세태에 대해서는 마땅히 진보적이어야 하는 우리 교회이기 때문이다.
이 기 우 신부(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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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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