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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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이도행 사건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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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9월. 치과의사인 아내와 1살된 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도행(37· 세바스티아노)씨.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되었지만 2심 변론을 맡은 천주교인권위 원회 변호인단이 검찰 증거의 불확실성을 증명해 냄으로써 무죄로 석방되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선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 심이 가지 않는 엄격한 증거가 있어야 하지만 피고인의 유죄를 추정케 하는 여 러 가지 정황만 있을 뿐 모두 의심의 여지가 있고 직접적이고 명백한 증거가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간접증거라도 종합적인
증명력을 고려할 때 유죄증거가 될 수 있고 사건심리도 불충분하다”는 취지로
2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이를 다시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어떻게 한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이 사형과 무죄라는 극과 극으로 나타 나는 것일까? 이는 원칙을 지키느냐 지키지 않느냐의 차이점이다. 우선 유죄로
판결되기 위해서는 범행 동기가 있어야 하고 본인의 자백 그리고 범행에 사용 된 증거물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조건이 하나도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간접적인 증거와 정황만을 가지고 한 사람의 생명이 달려있는 문제를 쉽게 판 단할 수 있는지 사법부의 판결이 의심스럽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지켜야할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접증거만으로도 유죄 판결이 가능하다는 대법원의 표현은 그간에 검찰과 경 찰이 철저한 초동수사와 수사의 과학화를 통한 진범 잡기보다는 정황과 예단에
의해 범인을 만들어 왔던 수사관행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앞으로 또 얼 마나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희생될지 상상할 수 있다. 이 사건의 중요성이 바 로 여기에 있다. 이 사건의 결과에 따라 앞으로 선량한 많은 사람이 아니 바로
나도 정황증거만으로도 감옥에 갇히거나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 다.
예수님은 ‘양 백마리 가운데 한 마리를 잃어버리면 아흔아홉마리는 그대로
둔 채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아 온 들판을 헤매고 다니시는 분’(루가 15
4―5 참조)이시다. 또 예수님은 당시 율법학자들이 죄인이라고 판단했던 사람들 과 함께 지내시며 그들의 무고함을 대변해 주고 친구가 되어 주신 분이시다.
그러기에 김수환 추기경께서 ‘이도행을 생각하는 모임’ 발족미사를 집전
하시면서 이 사건에 대해 우리가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국가는 어떤
자세로 법을 집행하여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지 분명히 말씀하셨다. 이 사건은
우리 신앙인이 이 시대에 어떤 자세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또 하 나의 표지다.
김영욱 신부(이도행을 생각하는 모임 대표)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199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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