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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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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7년전 선포한 ‘세계 병자의 날’이다. 그러나 병자의 날이 왜 제정되었고 무엇이 특별히 요구되는가라는 질문은 실제적으로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서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병자들은 항상 우리 곁에 있었고 또한 함께하고 있으며 인류가 완전히 질병을 퇴치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우리 곁에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특별히 병자의 날을 보내는 것이 단지 전시효과를 추구하는 선언적인 의미만을 지닌 기념행사로 우리에게 이해되기 쉽다.
어떤 날을 기념하고 기억할 때는 특별한 의미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어린이날을 보내면서 단순히 이날에 어린이들에게 잘 대해주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가 갖는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돌이켜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어린이들을 통하여 우리의 미래를 반추하여 볼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병자의 날을 맞아 우리는 병자들이 갖는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돌이켜보고 그들이 갖고 있는 고통과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다. 이러한 반성과 나눔을 통해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한 형제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건강한 사람과 앓고 있는 사람 사이에는 분명히 커다란 차이가 있다. 건강한 사람은 능동적이고 활동적으로 자신의 역할과 계획을 수행할 수 있지만 환자들은 질병으로 생산적인 활동에서 제외되고 있다. 많은 경우 환자들은 주변의 인간 관계에서도 변화를 겪고 있으며 더욱이 장기간의 치료를 요할 경우에는 아주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이들은 고통과 불안 속에 살며 그러기에 불평 속에서 지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자신의 정신적이고 육체적인 한계 안에서 내일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이 고통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삶을 훨씬 더 풍요하게 해주기도 한다. 환자들은 모든 생명이 하느님 아버지께서 숭고한 사랑의 표현으로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이 깨달음을 얻게 되면 인간적인 한계 조건의 정점인 죽음까지 받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그분의 고통에 동참할 수 있고 진실한 마음으로 성령의 은혜를 구할 수 있다. 이런 변화를 겪은 병자의 고통은 교회의 삶과 인류의 선을 위해 특별한 가치가 있다.
우선 그리스도인 모두가 병자들과 그의 가족들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하느님의 자녀이며 모상인 환자를 대할 때 습관적인 무관심을 경계하고 형제애를 가지고 대해야 한다. 보건정책과 치료와 연관된 중요한 문제를 결정할 때도 하느님께 지혜를 청하고 그분의 뜻을 따르려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착한 사마리아인’과 같이 고통 당하는 이들 곁에서 기쁘게 참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또한 그들 안에서 고통 당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발견하도록 노력하며 사회 안에서 헌신과 자선활동을 더욱 효과적이고 활발하게 수행해야 한다.
더 나아가 개인적 실용주의의 강한 영향을 받은 이기적인 의학연구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의 교회는 이 존엄성을 보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 환자들을 단순히 처리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말고 질병으로 고통 당하는 환자들의 인격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통해서 나타난 희생과 사랑 구원의 의미를 다시금 절실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병자의 날’은 단순한 전시효과만을 추구하는 기념행사가 아니라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복음적 사명에 새로운 자극을 줌으로써 고통 당하다 이들을 참으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결과로 인류의 진정한 평화 구현에 기여할 수 있는 행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이승찬 신부(가톨릭 중앙의료원 원목실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1999-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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